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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 1조달러] 남덕우 전 국무총리 '한국무역의 어제와 오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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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1.12.13(화)


'수출 1억불 목표' 1964년부터 정부, 온갖 수출진흥책 내놔…
무역 1
달러 넘어 수출 1조달러로 가려면 중소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정부 기록에 따르면 1953년의 상품 수출은 3960만달러, 수입은 34540만달러, 양자를 합한 무역액은 38500만달러였다. 그로부터 57년이 지난 지금, 무역액 1조달러를 맞이하게 됐고, 우리나라는 세계 제9위의 무역대국, 7위의 수출 대국이다.

수출이라 하면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초의 우리나라미국의 경제원조로 밀가루와 옥수수를 수입하여 간신히 국민들의 기아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빈곤과 대외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개발이 필요한데 경제개발 자체가 막대한 수입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수입을 위해서는 수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개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수출이라는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그는 1964년 그 해 수출 목표를 1억달러로 책정하고 업계의 분발을 당부했다. 마침내 그 해 말에 12000만달러를 달성하자 대통령은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 하며 수출 실적이 1억달러를 돌파한 11 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했다.

수출 1억달러 이후 1971년 말, 10억달러를 돌파하기까지는 7년의 세월이 경과했다. 이 시기에 정부는 온갖 수출진흥시책을 다 했는데, 이는 수출업계가 고충을 호소하면 무엇이던 들어주고 싶어하는 대통령의 의중을 따른 것이다. 한편 자연자원과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제품만으로는 수출신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여 이때부터 중화학 공업 제품 개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77
12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수출 100억불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은 국민 여러분의 고귀한 땀과 불굴의 집념이 낳은 값진 소산이며, 일하고 또 일하면서 살아온 우리 세대의 땀에 젖은 발자취로 빛날 것입니다."

그 후 18년이 지나 1995 10 28일 드디어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10 30, COEX에서 김영삼 대통령 임석 하에 성대한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그 후 8년이 지난 2004년에 2000억달러, 2006년에 3000억달러, 2008년에 4000억달러, 그리고 지금 수출 5000억달러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번에 달성한 무역(수출+수입) 1조달러를 넘어 1조달러 수출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고, 지금 당면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수출이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나 대기업 중심의 5대 품목(반도체·자동차·무선통신기기·컴퓨터)이 총 수출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수출은 낮은 수준에 있다.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생산능력이 부족하여 대기업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수출 증가가 중소기업의 생산과 내수로 연결되는 연관효과가 크지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자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기술 향상을 보장하는 기술지원 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 옛날 필자는 대만의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시찰한 일이 있는데 그 입구에는 “중소기업의 어떠한 기술문제도 반드시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 기관은 자체연구뿐만 아니라, 학계에 대한 위촉연구, 외국기술 도입, 대기업과의 공동연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과연 중소기업의 기술 문제라면 무엇이든 반드시 해결해 주고야 마는 강인한 지원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요즘 세계적 재정·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직면하여 국가경영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고 무역 의존도를 줄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어차피 무역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만약 수출이 위축되면 그에 관련된 산업의 생산과 투자, 소비의 내수마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수를 확대하는 최선의 길은 수출을 계속 신장하되 필요한 수입을 가급적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품, 소재 생산 능력을 배양하여 수출과 내수 양면에서 중소기업이 우리 산업의 몸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무역 1조달러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