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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해주를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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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입력 2011.09.26 00:24 l


 

지난 9 8일 중앙일보에서 ‘한·러 에너지 결실 위해서는 극동 메가시티 건설 선행돼야’라는 기사를 주의 깊게 읽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양대 염구호 교수가 러시아 야로슬라블에서 개최된 세계정책포럼에서 메가시티 건설, 철도 건설, 천연자원 개발을 한데 묶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이 기사를 크게 반긴 이유는 필자 자신이 수년 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가 위치한 연해주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기 대문이다. 윤나라씨의 연해주 답사기에 따르면 연해주는 한인(韓人) 140년 동안의 슬픈 역사가 맺혀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23만 명의 고려인이 이곳으로 이주했고,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1937년 중·일 전쟁 때에 스탈린은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한인들이 일본을 지원할지 모른다는 망상에서 한인 지도자와 지식인 3000여 명을 간첩 누명을 씌워 처형하고, 17만 명의 한인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시켰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곳에 쌀농사를 보급했고 이곳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소련 붕괴 후 우즈베키스탄 등이 독립하자 또다시 연해주로 재이주해 지금은 약 65000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2009 5, 연해주 관계 인사들과 회합해 그곳 사정을 알아보았는데 토지는 49년 장기 임대가 가능하고 한인 주민이 5000명을 넘으면 자치주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7개사가 경작면적 3ha를 확보하고 해외 농업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필자는 러시아의 시베리아뿐 아니라 몽골과 중국 동북아 지역을 커버하는 북방정책을 확립할 필요가 있고, 연해주를 북방 진출기지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네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의 에너지 및 경제협력의 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북·러 간의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스관 설치를 위한 협의가 있었고, 이 대통령도 생각보다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시베리아 천연 가스의 이용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의 필수조건인데, 연해주는 그를 위한 전진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로 필자는 8월 말에 국제회의차 몽골에 다녀왔는데, 몽골은 세계 광물자원 10대국의 하나고, 인구는 불과 280만 명 정도인데 4000만 마리 이상의 양과 소를 기르고 있다. 이 나라는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이외의 나라들과 경제교류 확대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가 바다로 나오자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동해로 나올 수밖에 없고, 따라서 연해주는 몽골과 한국을 연결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연해주는 한랭한 지대지만 비옥한 토지에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고, 한편 오호츠크해는 세계 최대 어장의 하나다. 우리가 즐겨 먹는 명태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연해주는 해양자원 개발의 기지가 될 수 있다.

 끝으로 경제외적 고려 사항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남북통일의 시기가 오면 북한 동포들의 대거 남하가 예상되는데 만약 지금부터 연해주를 개발해 놓으면 함경북도와 평안북도 주민들은 가까운 연해주로 이주하려 할 것이고, 따라서 남한의 인구 압력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지역의 천연가스, 농작물, 해양자원을 개발하고 시베리아 및 몽골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동시에 통일 후에 북한 동포들을 그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금부터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시베리아, 몽골, 연해주에 대한 본격적 조사연구와 정부의 진출 정책이 강구되기 바란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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