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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 인터뷰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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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9 26


 

2. 박정희 정부 당시에 재무부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셨는데 그 시기에 관한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 전문가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강렬한 정책의지를 가급적 경제이론의 틀 안에서 소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경제장관으로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재무부에서는 경제개발 자금 수요의 압력하에서 내자를 조달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고, 경제기획원에서는 외자를 조달하느라고 동분서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은행 금융권 만으로는 장기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므로 장기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제2금융권 (증권 시장, 보험, 투자금융, 서민금융, 중소기업 보증기금 을 개발했는데 당시에 정비한 제도가 오늘의 금융시스템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경제기획원에서는 외자 조달을 위해 쉴새 없이 외국으로 뛰어다녔는데 실적을 되 돌아 보니 박정희 정부의 외자도입 총액의 72%를 나의 임기 중에 도입 했습니다.

임기중의 가장 어려웠던 일은 1973-74년의 석유파동이었습니다. 물가고, 저성장, 국제수지 악화의 3중고와 씨름을 해야 했는데 결국 성장, 국제수지는 살리고 물가를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개발 년대의 산업화 과정은 하면 된다고외치면서 국민을 일깨운 박대통령의 불세출의 지도력과 그에 호응해 분발한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공무원들이 주연한 장대한 드라마였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한 역할은 이 드라마의 조연자에 불과했습니다

 

3. 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에는 ‘서강학파’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한국경제발전에 미친 서강학파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강학파라는 단어가 생겨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첫째는 서강대학의 참신한 교육 방식과 학풍입니다. 6.25 동란을 전후하여 한국의 대학은 질서가 잡히지 않았고 후진성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서강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대부분 미국 박사학위 소유자였고 규율이 엄격하고 교육방식은 미국의 대학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교수들에 대한 대우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이래서 학계와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서강대학은 이 나라 대학교육 선진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서강대학교수들이 정부정책 형성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나 자신이 서강대학을 떠나 13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뒤를 이어 김만제, 이승윤, 김덕중 교수 등이 입각(入閣)하게 되었고 김종인교수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정계에 진출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한때 서강대학 정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서강학파라는 말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서강대학 경제학 교수들이 학문적 성향 과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경제학을 배운 교수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뒷바침 하는 신 고전학파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에서 돌아오는 경제학 박사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정부 요직에 취임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그들의 학문적 성향은 우리와 같고, 국내파 경제학자들과 대조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스컴은 서강대학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우리와 이론적 성향이 같고 우리와 친근(親近)한 사람들을 총칭하여 서강학파라고 지층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쨌던 서강학파는 시장경제에 입각한 경제개발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정부 정책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신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유행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의 소리가 있는 것 같은데 서강대학에는 시장경제연구소가 있어 후진들이 시장경제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리라 믿습니다.

 

 4. 이명박 정부의 대외경제정책과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대외 경제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008 9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5 이후 러시아로 부터 연간 750 톤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실행 여부를 보아야 하겠지만 자원외교의 본보기라 있습니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G20 유치하여 국제적으로 지도적 역할을 하게 것도 평가할 만한 일입니다.

서민 중도실용 정치적 구호인데 지난 지방 선거에서 천안 사건의 와중에서 [여당은 전쟁과 부자, 야당은 평화와 빈자] 이라는 단순한 선거 구호가 서민층과 젊은 층에 먹혀 들어간 것이 대통령과 여당을 자극한 같습니다. 사실상 평소에 서민을 존중하지 않는 정당은 없고 여당도 서민층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모든 경제문제는 이익 대가(代價) 문제로 귀착되는데, 서민 정책도 예외가 없습니다. 새해 예산안을 보면 보건, 복지, 노동 분야의 지출액이 올해 보다 6.2% 증가하여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 증가한 반면, 경제 성장을 위한 지출은 0.9% 증가에 그쳤고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4%에서 17.8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예산 배분이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를 견제하여 오히려 서민층의 불이익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있습니다.

중도라는 말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중간을 가겠다는 말같이 들리는데 개념이 모호하고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냐 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차라리 실용주의라는 말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 구호 때문에 대통령의 본래의 지도이념이 흐려지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5.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어떤 처방을 당부하시고 싶으신지요?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중국이 금세기 중반에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입니다. 중국의 경제적 약진으로 우리의 주요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경쟁에는 의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양적으로 중국을 선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질적으로 중국을 이길 있습니다. 질적 경쟁의 3요소는 지식, 기술, 서비스입니다.    중의 하나 만이라도 우리가 중국을 앞서 가면 우리는 살수 있습니다. 만약 세가지 모두에서 중국을 앞서 간다면 한국의 진도 개가 중국의 큰곰을 가지고 노는 꼴이 되겠지요. 고추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지 않습니까?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1)과학. 기술 개발에 전력 투구를 하고 (2)한국이 동북아의 人流物流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이미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의 기능과 서비스를 일류화 하고, (3) 관광산업 (의료관광 포함)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세계 최고급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4) 부산을 비롯한 주요 항만의 물류 비용과 서비스 기능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 하고, (5) 중국에 관한 정보 전달, 특히 시장조사 업무를 대폭 강화하고 6) 동북아는 한자 문화권이므로 중. 고등학교에서 상용한자를 가르쳐야 합니다

비 경제분야에 있어서는 (1) 미국 一極主義 대신 다자주의가 역사적 조류인 만큼, 우리의 안보 외교 역량을 다변화의 방향으로 대폭 강화해야 하고 (2) 중국의 경제적 공룡화가 동북아 안보상의 세력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한,,미의 3각 협력 관계를 확실히 유지해야 합니다. (3) 그리고 천연가스를 비롯한 천연자원 확보와 남북 통일에 대비하여 러시아에 접근하여 시베리아와 연해주 진출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동북아의 안정과 남북통일에 대비하여 현재의 6자 회담을 동북아 혹은 북태평양 안보협의체로 발전시키고 (5) 동북아의 경제개발과 상호 협력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추진하라고 권고 하고 싶습니다.

 

6. 이사장님께서는 1980년부터 1982년까지 전두환 정부 하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셨습니다. 그 당시 총리의 역할, 정치적 위상과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당시 경제문제가 다급한 때이라서 나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 같습니다. 나는 전두환 대통령께 정권교체의 과도기를 넘기면 곧 사임할 것이니 양해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묻기에 새로운 정부에 구 시대의 인물이 끼어있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대답했습니다다행이 과도기를 무사히 넘기고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다음, 1 5개월 만에 1982 1월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했으나 나는 또다시 간청했습니다. 시임 직후 전두환 대통령은 나를 국정지문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종식에 따르는 사회적 불안을 예방하고 민주화로 이행하는 가교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7. 현재 총리 임명 문제가 큰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총리 청문회가 없던 시절 총리로서 최근 청문회에 대한 인상과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나도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야 했는데 지금 같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청문회가 국무총리를 해 보겠다는 사람에게 망신을 주는 자리 같이 느껴지는데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의 풍속과 관행에 휩쓸려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상적 사회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면 후보자는 물론 그를 공격하는 국회의원 들도 살아 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도덕을 앞세우는 정치가는 도덕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덕적으로는 관용하고, 법률적으로는 엄격하고, 무엇 보다 도 정책적 견해를 묻는 것이 청문회의 모습이 되었으면 합니다.

 

  9. 헌법상 규정된 총리의 위상과 직무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은 무엇인지요?

대통령책임제 하의 국무총리는 운신의 폭이 좁고 처신이 매우 어렵습니다. 헌법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대통령의 명령이나 사전 허가가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사안일로 가면 대통령의 방탄(防彈)용이라는 말이 나오고,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해 보려고 하면 휘하의 직원들과 청와대 비서진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는 유신 헌법 제정 시에 들어갔는데 헌법에 국무총리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10.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십니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통치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정희 새대 말기에 청와대에서 헌법개정을 논의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프랑스식 2원 집정제가 주목을 받았고 박대통령 서거 후 최규하 대통령도 이 방향을 선호했으나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2원 집정제는 대통령 책임제와 내각책임제의 절충 형인데 한 거름 더 나아가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추대하고 국가운영은 내각책임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1. 이사장님께서는 현재까지도 국가원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원로로서 한국사회에 전달하고자 하시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19세기 이조(李朝) 말엽 이래 우리는 항상 변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개화,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의 화()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지금은 선진화가 역사적 과제입니다. 선진국이라 함은 자유와 자율, 창의와 경쟁,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와 사장경제 체제하에서 (1)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이 되고 (2) 정치여건, 사회분위기, 생활환경이 일반적으로 편안하고, (3)사회 질서가 잘 잡혀 있고 법 집행이 엄격하며, (4)각종 사회적 편의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고, (5) 역사와 예술을 존중하고 공중도덕과 사회적 윤리를 높이 떠 받드는 나라를 말합니다. 우리는 이 상태에 미치지 못하는 각 분야를 빨리 선진화 해야 합니다.

 

12. 정치분야에서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에서 선진화에 관해 말씀 드렸습니다 만은 정치 분야에 선진화의 과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 투쟁, 입법부 자신의 법률 위반, 국가보다 선거구 득표를 의식한 대중영합주의( populism)가 문제인데 그것을 정치의 속성이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선진국에 비교하면 개선해야 하고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13. 한국정치학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길 바랍니다.

의회정치의 선진화가 당면과제이니 한국정치학회는 그것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조명하여 정치인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하는 데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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