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론 인구분산 효과 적어 산업도시로 만들어야"

'더 좋은 세종시 건설 국민회의'고문 남덕우 前총리
생산·소득·고용 창출에 산업도시가 더 효과적
다른 경제특구도 정비후 동일한 세제 지원해야
朴 前대표의 '원안+α'도 수정 가능성 열어둔 것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종행정도시의 기본 구상인 지방 균형발전, 서울의 인구 소산(疏散·특정 지역에 밀집한 주민이나 건조물을 분산시킴)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이전보다 산업의 지역적 확산이 보다 유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수도 분할이 아닌 더 좋은 세종시 건설 국민회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남 전 총리는 "산업도시가 국내 기업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세계의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쉽고, 생산·소득·고용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 원안+α'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후원회장인데, "박 의원이 '원안+α'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것도 재론의 대상이므로 수정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요약.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23일 자신이 고문을 맡고 있는 서울 서초동 산학협동재단 사무실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이날 남 전 총리는세종시의 기본 구상인 지방 균형발전, 서울 인구 소산을 위해선 행정기관 이전보다 산업의 지역적 확산이 더 유력한 수단이라며 산업도시로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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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로는 지방 균형발전, 인구 소산 등의 효과가 미약하다. 특히 수도권 인구를 소산하자면, 행정도시 하나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지방의 모든 도시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도권 인구를 줄이려면 서울과 지방 사이에 세()부담의 차이를 두는 것이 방법이다."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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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문화·교육 등과 같은 비()산업적 특성 도시를 만드는 것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중추기능을 수도와 지방에 양분하는 것은 행정 능률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국무회의를 인터넷 화상회의로 할 수 있다고 하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협의와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통일 후의 수도도 생각해두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국정운영을 보필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도 공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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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수도권 비대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정(射程)거리에 있는 서울의 안보문제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검토 끝에 행정수도 이전은 해답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해 박 대통령도 당초 발상을 단념했다. 서울이나 공주나 안보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린벨트로 서울의 비대화를 억제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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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 대안들이 본격 거론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왜 세종시에만 특혜를 주느냐는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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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투자진흥지구 같은 경제특구를 재정비한 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동일한 세제 지원이 주어지도록 하면 된다. 세종시는 특수한 경위가 있는 만큼 우선 모범적 기업자유도시로 만들고, 다른 도시가 세종시의 모범을 따르면 동일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면 된다."

가장 좋은 세종시 대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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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쑤저우(蘇州)시에 가본 일이 생각난다. 역사적 유적으로만 알고 갔는데, 첨단 산업도시와 대학원 도시로 변모한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각종 중앙정부의 규제를 없애면서 쑤저우시에는 삼성·LG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었고, 세계의 유명 석학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만반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도 세종시를 세계에서 제일가는 경제자유구역과 동아시아 최고의 국제대학원 등이 있는 교육도시로 만들었으면 한다."

세종시 문제 등과 같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책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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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했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국민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데, 정치권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2003
년부터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α'를 주장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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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오랜 논란 끝에 국회와 행정부가 결정한 문제를 하루아침에 뒤집으면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결정한 것을 국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안에 수정을 가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와 관련해 조언할 계획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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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의 정치활동이나 정치적 견해에 관여한 일이 없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이념을 지지하기 때문에 재정적 지원을 위해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의견 통일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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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개발사업'을 놓고도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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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개선이나 홍수 예방 등 정부 주장에도 타당한 논거가 있고, 환경오염을 가져온다는 반대론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위정자는 국가경영에 있어 현실문제에 대한 단기적 대책도 필요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장기적 대비도 필요하다. 듣기 좋은 소리만으로 국가통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천정비와 함께 4대강의 기능을 살리자는 데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으로 문제를 대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찬반양론을 통합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이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국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해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결정해줬으면 한다."

남덕우 前총리는

남덕우(南悳祐·85) 전 국무총리는 국민대·서강대 교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재무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거쳐 전두환 정부에선 국무총리(1980~82)를 역임했다. 현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후원회장이며, 지난 2007년 경선 땐 박 전 대표의 경제고문이었다. '수도분할이 아닌 더 좋은 세종시 건설 국민회의' 고문을 맡고 있다.

▲ 2003년부터 박근혜전한나라당대표의 후원회장이기도 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을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