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保國 다시한번

  

 

 2008.12.13(토)

동아일보 A26면 "시론'

 우리나라의 수출이 걸어 온 발자취를 회고하면 감개가 깊다. 1964년 1억 달러를 돌파했을 때 정부와 업계는 국가적 경사로 축하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고 선언하고 1억 돌파한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했다. 1971년에는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기간은 내우외환의 시기였다. 미군 제7사단 철수, 베트남전쟁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와 국내의 불황, 유신헌법 후의 정치 차동, 석유 파동으로 중대한 시련에 직면했다. 그러나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1977년 100억 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그해 12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4회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은 "수출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데에 서독은 11년, 일본은 1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7년이 걸렸을 뿐입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수출이 1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가는 데에는 18년이 걸렸고 이 시기에 세상은 크게 변했다. 정치면에서는 민주화의 시대로 진입했다.

또 무역자유화가 진전되면서 1994년 4월에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종결되어 세계무역기구(WTO) 시대가 개막됐다. 1995년 10월 28일 드디어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4년에는 수출이 2000억 달러를 넘었다. 1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가는 기간은 다난한 시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는데 민주화와 세계화의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개혁 개방의 휴유증으로 발생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파급된 결과였다.

위기 닥칠 때마다 수출로 극복

여기서 불과 2년이 지난 2006년에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맞았다. 이 기간 한국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20.9%로 중국(15.3%) 일본(11.6%) 프랑스(10.0%) 미국(9.0%)을 압도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4000억 달러를 넘었다. 1964년 1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44년 만에 4000배로 늘어난 셈이다. 끊임없는 전진과 위기 극복의 결과이다.

지금 우리는 엄청난 시련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선진국 경기침체, 개발 도상국의 성장둔화로 중동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의 수입수요가 급감하는 추세이며 국내경제는 불황의 수령에 빠져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격언이 있는데 수출 반세기의 경험에서 시련을 국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

먼제 신제품 개발이다. 수출이 어려울 때마다 우리는 새 품목을 개발했다. 가방, 철광석, 오징어 등 천연자원을 수출하다 섬유 의류 등 경공업 제품을 개발했고 그것이 한계에 이르자 기계류와 화학제품에 눈을 돌렸다. 경공업이 한계에 다다르자 자동차, 제철, 조선, 석유제품 같은 중화학공업을 개발했고, 전자시대가 다가오자 반도체, 컴퓨터, 휴대전화로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새로운 산업과 제품 개발에 몰두할 때다. 첨단기술 분야의 부품 , 소재와 같은 자본재가 수요 수출품이 될 것이다.

둘째, 틈새 개발이다. 우리는 시장 개척에 전력투구해 227개국에 수출한다. 지구촌 어디를 가도 한국 제품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시장을 심화할 단계이다. 아무리 경제가 발달해도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모조리 충족하는 나라는 없다. 반드시 틈새가 있는 법이고 개도국은 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비관하지 말자. 세계적 불황기에 수출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영속되는 불황은 없다. 각국이 경기대책을 시행하므로 2년 내외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선진국 시장이 되살아난다.

선진국의 잠재 시장에는 변함이 없다. 예컨데 미국의 인구는 매년 300만 명 이상 늘어난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100만 대의 승용차 수요가 있고 수명을 다한 차의 대체 수요도 크다.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은행 협력해 업계 도와야

수출이 어려울 때마다 정부와 은행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업계를 지원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사업을 도울 수 있고 중소기업을 부품생산으로 재편하고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기업경영이 악화되는데 은행이 여신을 주저하거나 기피하면 수출기업은 버티기 힘들다. 그러면 은행은 부샐패권을 떠안고 국가는 수출 능력을 잃는다.

정부가 한국은행과 협의하여 좀 더 적극적인 비상시 융자준칙을 만들어 업계를 도와야 한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열정을 쏟았던 옛날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