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길을 찾자

   

 2008년 6월 30일(월) 동아일보 25면

대통령의 사과와 추가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 주도세력은 재협상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원 협상과 추가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한다는 것은 국익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정부에 강요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인데 집권한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는 정부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설사 그들의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수입을 허가하는 동시에 미국쇠고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역을 강화하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안 먹는 것은 국민 각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요통으로 고생을 하는 환자에게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하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하지 말라고 한다. 결국은 환자자신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담배에 대한 생각도 난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담배의 해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도 담배를 팔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국민 각자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알고 보면 건강과 식품에 관해 이러한 경우는 적지 않다.

유가 파동으로 우리 경제는 또다시 엄청난 시련에 봉착했다. 외국에서 시작된 고유가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인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피해자 간에 고통을 고루하게 분담하는 것이다. 기업, 근로자,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면 또 한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제각기 일방적인 요구를 고집하고 생산을 거부하면 그들과 함께 경제가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면 국회와 정부와 언론이 중심에 서야 한다. 정당의 입장이나 주장이 무엇이든 국회에 등원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자기부정이다. 정당은 원내에서 정보 교환과 토론을 통해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유도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또한 이해 당사자들의 공생을 지원하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의 난국을 돌파하자면 정부가 어떠한 경우에도 원칙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원칙의 타협이 아니라 타협의 원칙이라는 견지에서 때로는 정부의 운명을 걸고 원칙을 지키는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할지 모르나 정부가 원칙을 저버리고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우왕좌왕 하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요즘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에게 쇠고깃국을 주면 아이들이 고기는 먹지 않고 국물만 마신다고 하는가 하면 한우 값이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TV는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는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목소리는 크게 보도하고 반대의 목소리나 소리 없는 반대는 경시하거나 묵살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소리 있는 소리뿐이고 소리 없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 일본의 한 총리가 좌익의 치열한 반대를 무릅쓰고 일미 안보조약을 추진할 때에 한 말이다. 그는 모진 풍파에 맞서 조약 비준 까지를 끝낸 다음, 민심과 정국 전환을 위해 사임한다는 성명을 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떠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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