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태를 바라보고

  

 

2008년 4월 28일(월) 동아일보 A31면 '시론'

 

삼성이 5개월 간의 검찰 및 특검의 수사 끝에 기소 되었고,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경영진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을 폐지하는 등의 경영 쇄신 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일부 종교, 시민단체는 특검에 대하여는 삼성에 면제 부를 주기 위한 부실 특검이었다고 비난하는 한편 삼성에 대하여는 불법, 편법, 탈법한 사실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몇 가지 소감을 말하고 싶다.

먼저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 하여 특검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특검의 수사 마저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이 바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검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특검의 수사가 완벽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한 것은 특검 뿐이 아니라 모든 기관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법원 판결에도 오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자기의 주장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 하여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판결을 경멸한다면 법치주의, 나아가서 민주주의는 설 땅이 없어진다. 특검의 임무는 범법 행위를 가려내어 처벌하는 동시에 증거 없는 비방이나 오도된 정서를 바로 잡는 임무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우리는 본다.  

둘째로 언론이 삼성의 중앙 집권적 경영방식을 비판하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허나 그러면 그러한 잘못된 경영 하에서 삼성이 어떻게 해서 그의 제품과 서비스의 수월성이 정평(定評)을 받게 되었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일류 기업으로 발전하여 20만의 종업원을 먹여 살릴 수 있었는지도 우리는 동시에 알고 싶다. 그래야 삼성의 경영방식의 효능과 한계를 재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되고 또 다른 기업들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판자들은 삼성의 그릇된 경영행태가 결국은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것 이라고 할지 모르나, 법적 측면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삼성 경영 방식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삼성의 경영방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내외 학계의 연구과제가 될 것 같다.   

셋째로 일부 언론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등 기업의 내부문제를 들추어내어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무엇이던 할 수 있다는 것이 창의를 중시하는 자유기업주의의 원리이다.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기업의 내부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창의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하기야 공기업의 경우에는 납세자인 국민이 그 경영방식을 비판하고 개선을 위해 정부 당국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공기업이 아니다. 삼성이 합법적으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하던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다만 지켜 볼 수 있을 뿐이다.   

  끝으로 삼성의 피의자들을 구속하지 않았다 하여 특검이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종전과 달리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고, 구속하지 않았다 하여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 점에 관련하여 자유기업체제 하에서는 파렴치 범이 아닌 경제 범 (안전, 위생과 관계없는)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체 벌 보다 벌금과 같은 경제 벌을 과함이 타당하다는 학설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비판자들이 기업과 시장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생산, 소득 고용을 창출하는 국민경제의 주역인데 그들에게 허물이 있다고 하여 사정없이 돌을 던지거나 고해성사를 강요한다면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사기를 잃고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떠나려 할 것이다. 오늘의 반 기업 정서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