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구조조정-이런 방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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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11월 10일  


 

대우와 동아건설이 법적관리를 신청하였지만 그 실현 여부는 법원의 결정에 달려 있고 만약 신청을 기각하면 두 기업은 파산절차에 들어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법원은 경제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속한 결정을 하려 하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시일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러는 동안 노조가 동요하고 협력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해외 판매망이 붕괴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

만약 법원이 법정 관리 신청을 받아드리면 그것은 기업의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필요한 절차를 밟는 데에 또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법정관리를 하게 되면 은행의 채권은 물론 협력 업체의 채무를 포함한 모든 상거래 채권이 동결된다. 정부는 당초부터 대우를 파산 시킬 의사는 없었고 외국회사에게 매각해서라도 살리려 했으므로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를 살릴 생각이라면 대우는 물론 그 협력업체와 근로자들까지도 파국으로 몰아 넣고 나서 그들을 다시 살리려 하는 구조조정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부는 협력 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하여 금융 질서의 왜곡을 무릅쓰고 긴급자금을 방출한다 하는데 이러한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불필요한 비용과 고통을 회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실기업 처리에는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경우에는 기업 경영이 은행이 파견한 자금관리자와 경영자로 2원화 되어 기업가치를 올리는 기업경영이 거의 불가능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편 법정관리는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일체의 상거래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다음 최장 10년의 갱생기간을 두고 기업의 회생을 도모한다. 그러나 법원이 관리인에게 경영을 맡기되 중요한 결정은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창의적 경영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단점이 있다. 국정 감사 자료에 의하면 법정관리, 화의, workout 중인 665개 기업 중 경영상태가 호전되는 기업은 63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는 제3의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일찍부터 특별법으로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전담기구로 기업갱생공사를 설립하라고 주장해 왔다. 이 제3의 방법을 택하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단점을 보완하여 구조조정의 대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필자의 제안은 이미 사후 약 방문 격이 되었지만 후일을 위하여 다시 한번 보다 구체적으로 요약해 두기로 한다.

1 먼저 [구조조정에 관한 임시조치법을]을 제정한다. 법의 주요내용은 아래의 설명에서 자명해 질 것이다.

 2 법에 의하여 가칭 [기업갱생공사]를 설립한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및 모든 금융기관이 출자한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세계은행 산하의 IFC의 출자를 교섭해 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한다. 정부는 출자하지 않으나 공적자금의 관리를 공사에게 위탁할 수 있다. 이 공사는 일종의 지주 회사인데 이사회와 전문지식을 가지는 임원과 그리고 총재를 둔다. 이사회는 출자자를 대표하되 대주주는 한국은행이 되도록 한다. 총재는 경험과 학식이 탁월한 국내외의 인사 중에서 이사회가 임명하고 총재는 당연직 이사가 된다. 채권은행 (혹은 채권 은행단)은 공사에 대하여 부실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대기업(일정 규모이상의 대기업에 한함)의 실사와 진단을 의뢰한다. 공사는 내외의 공인회계사 및 기업 평가기관으로 구성되는 기업평가단을 편성하여 객관적인 실사와 평가를 하고 필요한 구조개선 방안을 건의케 한다.

3 부실기업 관리자는 기업평가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법적 의무를 진다. 고의에 의한 허위 보고에 대하여는 벌칙을 적용한다.

4 투명성을 위해 모든 정보는 공개할 것이나 총재의 결정이 있을 때 까지 공사나 금융기관 임직원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사전에 누설 할 수 없게 한다. 부실기업이라 할지라도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풍설로부터 경영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 채권은행(단)은 부실기업의 경영권자 및 특수 관계인의 소유주식을 대출담보로 徵求해 둔다.

6 채권은행(단)은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부실기업의 퇴출 또는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퇴출기업에 대하여는 융자를 정지하고 채권 회수를 위한 담보물건 매각을 성업공사에 의뢰한다.

7 채권은행(단) 및 정부가 산업정책상 회생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대기업 (일정 규모 이상의)에 대하여는 채권은행(단)은 부실기업 경영권자에게 평가단의 건의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계획을 수립,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의 내용과 시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다. 구조조정의 내용에는 경영개선을 위한 인원 감축, 임금 등에 관한 노사간의 합의, 자산 매각 등 구체적인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8 만약 부실기업이, 이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또는 구조조정이 약정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채권운행(단)은 기업갱생공사에 대하여 해당기업의 관리 (공적관리)를 신청한다.

9 공적관리(법정관리 대신에) 신청을 받아들이면 공사는 법에 의하여 다음 중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⑴ 부실기업의 감자

⑵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 동결 혹은

⑶ 대출금의 출자전환

⑷ 부실기업 새로운 경영진의 선임

 “기업인은 죽어도 기업은 산다” 는 원칙하에 어떠한 경우에도 부실 기업의 경영권은 박탈되어야 한다.

10 공사는 국내외에서 유능한 경영자를 물색하고 그의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보수를 결정하고 인사에 관하여 정부나 채권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11 새로운 경영진은 채무동결 또는 출자 전환 등으로 재무상태가 안정 된 상태하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기업가치의 상승을 도모한다.

12 법에 의하여 공적관리로 이관된 기업에 대하여는 일정 기간 파업을 금지하되 단체 협상을 인정한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인원 감축에 관하여 일정기간 (예컨대 30일)내내 노사간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때에는 공사는 정부의 직권조정을 요청한다. 정부는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선에서 해고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불응 할 경우에는 노동쟁의를 불법으로 간주하여 위법 처리한다.

13 공사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업의 매각, 합방 등을 주선하고 이 협상 업무를 외국의 법률회사에 위탁할 수 있다.

14 구조조정의 결과 경영이 개선되어 당해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금융기관은 주식을 매도하여 채권 일부를 회수하고 최종적인 결손에 대하여는 공사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은행의 BIS 비율 악화를 방지한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공사는 금융기관의 최종 손실이 확정되기 이전에 공적 자금 일부를 중도금으로 투입할 수 있다.

15 금융기관은 경영이 개선됨에 따라 공적 자금을 상환한다.

16 기업갱생공사의 손익은 궁극적으로 국내 출자자에게 귀속하고 외국 출자자에 대하여는 출자금의 원본 회수 및 이자 지급을 보증하는 방법을 강구한다.

17 IFC와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공사의 공신력 및 객관적 업무수행, 그리고 외부압력의 배제 등에 도움이 되기 대문이다. 출자가 어려우면 고문단의 초청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8 부실기업의 처리에는 후유증이 있게 마련이다. 그로부터 공사의 임원을 보호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려운 결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외부로부터의 압력 또는 간섭을 차단하지 않으면 객관적인 업무처리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정 규제가 필요하다.

이상은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방식의 골자를 말한 것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① 공사는 기업진단부터 구조조정에 관한 일관된 작업을 하게 되므로 법정관리의 경우에 비하여 의사결정 과정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② 기업의 경영권을 박탈한 이상 그에 대하여 구제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특혜 시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구 경영권자의 부실의 책임 추궁과 은행 손실에 대한 구상권은 소멸되지 않는다.

③ 부실기업이 공사로 넘어가는 것은 기업의 경영 유지 및 개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생산은 계속되고 계열 기업, 거래기업 및 노조의 동요는 최소화 된다. 법정관리의 경우에는 협력업체의 채권이 동결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④ 채권단의 합의 및 법원 등의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부실기업이 더욱 악화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신속한 결정이야 말로 구조조정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⑤ 전문경영인에 의한 역동적, 창의적 경영이 가능해진다.

⑥ 장기적 노사 분규로 인한 사태악화를 법으로 견제할 수 있다.

⑦ 부실기업처리에 매듭이 지위지고 은행은 정상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

⑧ 공사의 인수기업 처리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가치의 상승이 있는 한 서두를 필요가 없고 여유를 가지고 외국 투자가와 협상 할 수 있게 된다.

⑨ 당국자의 신분 보장, 외부압력에 대한 벌칙 적용 등으로 구조조정의 후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상의 제안은 사후약방문 격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특별법을 만들고 기업갱생공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이미 늦어진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 없이 기업 구조조정을 했기 떄문에 필요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값 비싼 대가로 치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앞으로 부실기업 처리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이 메모를 남겨 두기로 한다. (2000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