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과 동포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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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일 (토) 조선일보 A30면 "시론"

 


 

지난 7월 미국 하원에서 의결한 <2004년 북한인권법>안이 9월 28일 상원에서도 일부 자구(字句)수정을 거친 후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지난 날 UN의 인권 결의안 투표를 기권한 데 이어, 미국의 결의안에 대하여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북한 인권법안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면서 미 의회에 반대서한을 보내기까지 했고, 여당대표는 미 상원 결의안이 발표되자 6자 회담과 남북의 화해 협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반응이다.

여권의 이른바 ‘386’은 지난날 남한의 민주화와 인권 보호를 위해 과감히 투쟁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은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것은 곧 북한 동포를 능멸하는 것이고 북한 동포를 사랑하는 것은 곧 북한 정권을 포옹(抱擁)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비록 양심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북한’을 위해 침묵하는 모순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과 동포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동포는 영원하지만 정권은 영원할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기적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데, 북한에는 세습 독재체제가 유지되고 있고 지금도 정권 세습을 위한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동포를 위한 경제원조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과의 화해협력이 반드시 동포와의 화해 협력을 의미하느냐 하면 그렇지않다. 여러 가지 예를 들 수 있으나 이번의 인권문제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일례이다. UN과 미국이 제기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게는 회해 협력이 될 지 모르나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동포에 대하여는 그들의 비원을 묵살하는 마이너스 협력이다. 북한의 민주화 세력은 후일에 남한 지도자들의 무원칙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 반론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구별하라 하지만 실제로 말할 상대는 북한 정권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들 과의 화해협력은 평화 유지를 위한 계산된 정책이 아니냐고. 그렇다 하자. 그러나 우리가 그를 위해 치르고 있는 엄청난 내부적 대가를 생각해 보았는가? 오늘 날 나라가 갈래갈래를 찢어지고 국가이념과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구별하지 않고 북한 정권의 반감을 자극하는 일은 무엇이던 평화를 위협하고, 반민족적이고, 냉전사고라는 고정관념과 북한정권에게 끌려가기만 하는 무원칙에 대한 비판과 반 비판의 갈등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북한 정권은 “이제 남조선에서 반공보수 세력에 비해 親北聯共 세력이 역량상 우세를 차지하여 주류로 등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여권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좌경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친북’ 반미 행동으로 인하여 집권 이후 사회 분위기가 일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경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사회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항간(巷間)의 중론이다.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이러한 사회분위기부터 풀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1639자 공백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