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공개와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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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14일 중앙일보 30면.

          '분양원가 공개 실익 없어"로 게재됨

 


 

원가공개 여부를 놓고 시비가 분분 한데 대통령이 원가공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필자도 이에 동감이다. 그러나 일반 독자는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원론적 해설의 붓을 들었다.

아파트 분양가격은 수요와 공급 관계를 반영한다. 그런데 수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실수요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적 수요이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 업자가 구입하는 토지가격은 위치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고 그 것 또한 시장 실세를 반영한다. 그러나 업자는 쉽게 팔릴 만한 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주로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을 한다. 그래서 필요한 곳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품질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여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업자들은 더 많은 주택을 지으려 한다. 공기업인 주택공사도 수익이 증가하면 서민용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원가를 초과한 이윤이 누구에게 귀속 되느냐 하는 것이다. 건설 업자는 청약자를 모집할 때 이미 매도가격을 결정해 놓았으니 전매 차익은 주로 투기업자의 몫이 된다. 셋째는 투기수요 자체의 함정이다. 실수요보다 투기수요가 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언제인가는 입주자 부족, 가결 하락, 건설 불경기, 금융 부실 채권 증가 등의 혼란이 따를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을 안정 시키는 길은 우선 투기수요를 배제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시장원리에 맞게 하는 것이다. 즉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을 제도화하여 (필자는 부동산거래소를 만들자는 제언을 한 일이 있다) 부동산 매매를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낙찰 가격이 공급자가 신고한 예정가 혹은 청약가를 초과하면 그 초과액을 세금으로 흡수하여 임대주택건설기금에 불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투기의 묘미가 없어지므로 투기 수요가 감퇴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견제 된다. 주택기금에 관하여는 초과이윤은 투기 수요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위치 (학군, 교통 편의, 주위 환경 등) 및 기타 조건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다.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원가공개 주장은 문제의 소재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먼저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적은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가격결정을 시장이 아니라 소수인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난 날 서민 보호의 이름으로 택시 요금 결정을 공무원들의 판단에 맡긴 결과, 택시 잡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의 공급이 위축되고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다음에 공개한 원가에 입각하여 아파트가격을 인하 하였다 하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한 그 아파트를 산 투기업자는 보다 높은 값으로 전매하여 이득을 보려 할 것이고 2차로 아파트를 산 사람은 여전히 높은 값을 치르게 된다. 그에 더하여 가격 통제로 공급마저 감소한다면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 없다.

경영의 투명화를 위해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개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다. 한 때 전교조는 전산망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지 않았는가? 기업이 자신의 기술이나 영업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면 경쟁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의 원가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

결론적으로 투기수요를 배제하고 공급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며, 과다이윤이 발생하면 그것을 국고로 환수하여 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하는 것이 상책이다. (1782자 공백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