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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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8일(화) 매일경제신문 특별기고 .


 

기업은 사업을 해서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서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헌데 지금 기업가들은 그러한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왜 투자를 꺼리느냐고 물어 보면 여러 가지 대답을 듣게 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신규투자는커녕 사업을 정리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 지금의 경영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려 한다; 그날 그 날 사업을 지탱하기도 힘 드는 판에 무슨 신규 투자를 생각 할 수 있느냐; 자금도 있고 해야 할 투자사업도 있는데 정부규제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등등이다. 지금 LA에서는 한국에서 이민 오는 사람들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오른다 던가... 위정자들이 이러한 기업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드릴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튼 기업의 심리 상태가 민간 투자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경제학에서 경기 변동을 설명하는 학설 중에 심리설(心理說) 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인 들이 보는 “세상 돌아가는 꼴” 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먼저 그들은 일찍이 개혁주의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고 사회주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는 정치적 변화를 경험해 본 일이 없다. 이러한 초유의 정치적 변화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 원래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기업인 들로서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정당의 강령을 보면 국가 안보와 시장경제의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그들의 정책 구호가 노사 분규를 더욱 악화시키고 반 기업 정서를 부채질 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너무나 많다. 예컨대 중국이 세계 제조업을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 홀 (Black Hole)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산업과 무슨 수단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것일까?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도래했는데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담도 결국 기업에게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빈부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그를 좁히는 부담도 직접 간접으로 기업의 몫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이 한국에서 점차로 군대를 뺀다 하는데 그로 인한 자주 국방의 추가 부담도 증세(增稅)를 통하여 기업의 부담이 될 수 박에 없지 않은가? 그에 더하여 45조의 비용이 드는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는데 기업의 부담 없이 그것이 가능한가? 한-미 관계가 변질되고 있는데 그러한 변화가 동북아 국제관계에 던지는 지정학적 의미는 무엇이고 개혁파들이 말하는 [친중 반미]가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이러한 불확실성의 와중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이럴 때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들의 불안을 어루만지고 국가의 당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경륜을 천명하는 계도(啓導)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업에 대하여는 자유민주 체제하에서는 보수와 진보 정당 사이의 정권 교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니 기업은 정치적 변동에 대해 창조적으로 적응해나가야 하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비관할 것이 아니라고 타이르는 동시에, 집권당에 대하여는 개혁 프로그램의 연구와 준비도 없이 개혁 구호를 난발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개혁은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의 생산성과 능률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임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이념 갈등이 심할 때에는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우리의 국가이념과 시장경제의 원리 원칙을 천명하여 그것을 구심점으로 하여 국민통합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면 대통령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신뢰는 두터워지고 기업계의 불안감은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은 그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국민통합을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불행한 일이다. 끝 (1910자 공백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