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논문

파병을 생각한다

lkhy1.gif


2003.4.1


 무고한 사람들을 대량 살상하는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언제나 옳다. 동시에 잔인한 독재자가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고 탄압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도덕적으로 언제나 옳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덕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모든 종교가 평화를 호소하지만 종교 자체가 전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어찌하랴. 결국 인간은 카인의 후예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도덕론과 정책론은 다른 것이다. 대외정책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파병이 과연 국익에 보탬이 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파병이 국익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많은 나라들이 연합국 침공에 반대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이 전쟁에 가담하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반전 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치 않다. 많은 나라들이 UN 결의 없이 전쟁을 감행한 연합국을 비난하지만 그렇다고 이라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도 않다. 각국 정부는 그들 나름의 이해타산이 있을 뿐이다. 어차피 북한의 핵무장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 편에 설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속으로는 북핵에 반대해도 겉으로는 북에 동조할 것이다.

반면에 파병을 거부하고 반미를 부추기면 얻는 것이 무엇일까? 반미 구호는 민족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강조한다. 그들은 역대의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 왔다고 주장한다. 우발적이고 단편적인 사례를 주워 모아 종속이론을 꾸미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은 지울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과 6.25 과정에서 얼마나 미국과 대립하고 싸왔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평화적 통일을 바라보고 1972년의 7.4 공동 성명, 1992년의 2.29 기본 합의서를 이끌어 낸 것은 미국이 시켜서 한 일은 결코 아니다.  월남 파병이 미국만의 이익에 봉사했다는 것도 거짓 말이다.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그의 강권정치를 비판하는 미국을 싫어하면서도 전쟁억지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했고 그래서 파병했던 것이다. 사실상 주한 미군의 전쟁억지력과 미국의 열린 시장이 없었다면 우리가 과연 지금 정도로 살게 되었고 지금과 같이 마음대로 말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이 무력으로 도발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북한의 핵개발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북이 핵을 가지게 되고 미군이 한국에서 물러가면 북한 정권이 남한과 다툼이 있을 때 마다 핵으로 협박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그러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할 만큼 북한의 독재정권을 믿어도 좋은 것인가? 지금까지의 빈번한 무력 도발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북 문제는 결국 북한의 독재체제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미군 철수의 다른 면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한국 때문에 공격을 자제하는 입장이 약화할 것이다. 1994년, 지금과 같은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우리 정부는 북폭을 강력이 반대했고 미국측은 그러면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응수했었다. 그러나 지금과는 달리 어느 편도 양국간의 우호관계와 상호신뢰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러기에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미의 파장으로 상호신뢰가 없어졌으니 과연 이것이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미 관계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유대가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도 있다. 미국과 한국은 시장경제와 대의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의 나라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에 불구하고 독재체제와 자유민주체제 사이의 충돌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나라도 후세인의 무도한 독재체제를 시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빵과 자유는 거저 얻어지거나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피와 땀으로 그것을 얻었는데 그것을 지킬 각오와 결의가 가 없으면 쉽게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젊은이들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직시하고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살길을 찾아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국은 우리의 맹방이다. 미국과의 역사적 관계, 공유의 가치, 그리고 상호이익을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전혀 마다 할 수는 없다. 전투 병을 파병하는 것도 아니고 건설과 의료를 위해 파병하자는 것인데 그것마저 반대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lkhy2.gif   arrow7.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