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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과 국가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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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통개발연구원 월간지 교통 2003년 2월호 "시론"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 각 후보들은  한결 같이 국민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 또한  국민통합이 그의  주요정책의 하나임을 여러번 공언하였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리라.  호남과 영남, 빈자와  부자, 진보와 보수,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민족주의와 세계주의, 선거의 승자와 패자- 등등, 실로 우리 사회는 갈래 갈래로 찌어진 상태로 보인다.  어쩌면 그것은 민주적 다원 사회의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정치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분열과 대립을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것일까?  이처럼 다원적인 갈등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기야 사회 각 분야에서 분열과 대립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적 접근으로 전체적  국민 통합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일까?

국민 전체의  통합을 이룩하자면 먼저 무엇을 향한 통합이냐  하는 것이 명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통합에는 어떠한 목표와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어느나라에 있으나 국가이념이 그 역할을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의 국가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고 그에 기초하여 민주적 대의정치와 시장경제 체제가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의 일원이다.

국가이념은  수레 바퀴의  중심축(pivot) 혹은 부채의 사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바퀴에는 여러개의 살(spoke)이  있는데 그것들이 중심축으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바퀴가 굴을 수 있고  수레를 움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국가 문제도 국가이념으로  통합되어야  그 나라는 건강하고 힘있는 나라가 된다.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갈등과 대립의 문제는 여러개의  살(spoke)에 비유할 수 있고 따라서 그것들이 국가이념이라는 중심축으로 통합될 때 해결의 길이 열린다. 설명을 위해 빈부격차 문제를 예로 들기로 하자.  시장경제는 자유와 경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경쟁이 있으면  반드시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립을 어떻게 통합하느냐  하는 것이 자유민주체제의 기본과제가 된다. 만약  패자와 약자와 빈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자유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예컨대  빈부의 양극화 현상에서  공산주의가 생겨났는데 그 결과  공산주의 통제경제하에서  인민들은 자유를 송두리째  잃고 말았다는 것이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이었다.

그러나 패자와 약자와  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강자와 승자와  부자의 자유와 활동을  억압하면 발전과 진보가 없어진다. 운동 경기에서  이긴 팀을 계속  밀어주지  않으면  우승의 영예를 유지할 수 없다. 부자를 백안시하면  부를 축적하여 큰 일을 해 보겠다는 기업가정신을 꺽게 되고 경제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의료수가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면 내과와 외과와 같은 위험 부담이 큰 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의 수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의학의 발달이 저해되고 서민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의  개선도 바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자유민주 체제하의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공정 경쟁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주고  그 규칙을 위반한 자를 징계하는 동시에,  약자를 보호하되 강자의  권익을 손상하지 않도록 경쟁과 형평을 조화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민주의 기본 원리이고  모든 경제정책은 이것을 중심축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빈부 격차의 문제도 이 원리에 따라 해결을 도모할 때  진정한 의미의 국민 통합이 이루어진다.

요컨대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룩하자면  모든 문제해결의 지향점이 국가이념으로 歸一되어야 한다. 국가이념이 없는 국민적 통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아니 ( Melting Pot)의 나라  미국이  그런대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있는 것은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이념을 강조해 왔고, 국민들은  국가이념을 수호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특히 이점을 유념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