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병리

 2000년 7월 5일  서울 회현로타리 클럽에서 강연
 
월간 정경 9월호 


대하드라마 [허준]을 보다가 프랑스의 께네를 연상(聯想)했고 께네를 생각하다가 요즘의 구조조정 문제가 머리에 떠올랐다. Francois Quesnay (1694-1774)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경제학자인데 그는 원래 외과 의사였다. 그는 허준의 경우처럼 루이 15세의 황태자의 병 (천연두)을 치료한 공훈으로 어의(御醫)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점차로 경제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경제의 운행이 마치 인체의 혈액순환과 같다고 생각한 끝에 유명한 "경제표"라는 경제순환도식을 고안해 냈고 시장경제의 “자연적 질서”를 밝히려 했다.
지금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 비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붓을 들었다. 아니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쓰여진 글은 하나의 수상에 불과하다.


두 가지 전염성 환자

  지금 우리 경제는 두 부류의 전염성 환자들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부실 기업들이고 다른 하나는 부실 금융기관들이다. 원래 금융기관은 기업들의 위생관리를 맡아 보는 기관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기업들도 병들고 지신도 중병을 앓게 되었다. 환자 중에는 무의무탁한 외톨 환자도 있고 가족의 일원인 환자가 있듯이 기업환자 중에는 단독 환자도 있고 기업집단의 구성원일 경우도 있다. 지금 후자가 치료의 중심과제로 되어 있는 만큼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은행과 기업의 한쪽이 병들면 다른 쪽도 병들게 마련이고 또 병이 무고한 기업과 은행으로 전염되기도 한다. 두 환자의 보호자 혹은 소유주는 주주 및 경영자이다. 주치의는 재경부와 금융 감독원인데 요즘의 의약 분업 분규와 같이 영역 다툼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주치의를 훈수하고 비판하는 전문의들 (economist) 도 적지 않고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진단 자료

  먼저 환자의 병태를 판단하자면 환자의 건강에 관한 검진 자료가 있어야 한다. 경제의 전문의들은 은행과 기업의 부실상태를 판단하기 위하여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검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무제표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도 믿을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우리의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에 더하여 Cash Flow Statemen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을 보지 않고서는 기업이 은행차입을 비롯한 각종 부채를 제 때에 갚을 수 있는지 판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의 평가 방법에도 큰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숨김 없는 정보 제공이 중요한데 병자는 자기의 치부를 가급적 감추려 한다. 그 때문에 부실기업과 은행의 투명성이 문제가 되고, 그것이 구조조정에 필수적인 기업 매매를 가로막는 3대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다른 요인은 손실 분담과 노사 분규) 정부는 재벌 기업들에게 금년 6월 말 까지 결합 재무제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의 회계제도와 회계 감사제도를 도입하는 시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명확한 회계기준과 공인 회계사들의 정직하고 책임 있는 감사관행이 확립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 때까지 주치의는 정확한 자료와 정보 없이 환자를 다룰 수밖에 없는 형편이니 오진과 의료사고가 발생할 만도 하다.

건강 기준

  환자에 관한 자료가 있더라도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으면 환자를 진단 할 수가 없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최저 혈압이 90이상, 최고혈압이 140이상이면 일단 고혈압 환자로 판정하고. 콜레스테롤이 200을 넘으면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 주치의는 IMF의 권고에 따라 기업의 건강기준을 부채비율 200%이하, 은행의 그것은 자본비율(BIS Ratio) 8% 이하로 설정하고 단시일 내에 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독려해 왔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기준이다. 그러나 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사람의 건강 기준이 미국사람의 그것과 꼭 같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같다 하더라도 그를 치유하는 약의 처방에는 큰 차이가 있다. 비근한 예로 인데랄(Inderal)이라는 심장병 약은 한국 사람에게는 미국 사람의 복용 양의 반 정도가 적당하고 그 이상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하다고 우리 의사들은 경고한다. 한국의 금융풍토 및 기업 풍토가 미국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직접금융이 미 발달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은행들은 오래된 관치금융하의 습성으로 방만한 대출을 일삼아 왔고 평균 500% 내외의 부채비율을 예사로 여겨왔다. 그런데 갑자기 부채 비율을 업종과 관계 없이 획일적으로, 그리고 단시일 내에 200% 까지 낮추라고 요구하니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의 BIS 8%라는 기준도 절대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1988년 미국과 영국의 금융전략에서 비롯된 정치적 숫자에 불과하다. 이 비율을 단시일 내에 충족하라고 요구했을 때 당시의 은행들로서는 대출을 회수하는 외의 다른 방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극심한 금융경색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부실 기업뿐만 아니라 건강이 양호한 기업들이 부도의 비운을 맞게 되었다. 은행의 자본 비율 8%, 기업의 부채비율 200%가 한국의 외환위기를 금융위기로, 다시 경제위기로 치닫게 한 마(魔)의 숫자라는 견해도 있다. 요컨대 환자의 체질을 무시한 처방이 환자의 체력을 더욱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不治와 可治

  의사는 환자를 놓고 치유가 가능한 환자인지 또는 구제할 수 없는 환자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처치방법을 달리 한다. 의사는 죽어가는 환자와 가족과 친척들의 고통을 가급적 덜어 주는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환자 가족들의 애원에 못 이겨 얼마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보면 시간과 치료비의 낭비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의 경우에도 어차피 살릴 수 없는 기업이라면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과감히 퇴출(退出) 시켜야 하고, 도산 관련 법적 절차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퇴출을 쉽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전문의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정치적 사회적 반대 때문에 정부의 주치의 들이 죽어야 할 기업을 연명 시키고 있는 것은 일반 의사의 경우와 일맥 상통하는 실정이다.

환자와 전염

  의사가 수 많은 환자를 동시에 다루다 보면 한 쪽 환자에 눈을 팔다가 다른 쪽의 환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구조조정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에 정신이 없다 보니 시중자금이 투신으로 대거 이동하여 부실의 씨가 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제 투신의 부실을 방치할 수 없어 그 쪽으로 치료의 눈을 돌리니 이번에는 투신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가고 투신의 사채발행이 고갈되어 신용 경색이 일어나고 있고 건전 기업들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사전에 병의 전염 과정을 면밀이 검토하여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이 없다.

  병의 전염을 예방하자면 우선 환자를 격리 시켜야 하고 그러자면 환자를 병원에 입원 시켜야 한다. 입원을 해야 의사의 감시와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자를 입원 시키는 것은 환자의 가족을 위해서도 절대로 필요하다. 만약 환자를 집에 두고, 온 가족이 그에 매달려 있으면 그 집은 생업을 돌볼 겨를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이다. 차라리 환자를 병원에 맡겨 두고, 건강한 사람들은 생업 유지에 배전의 노력을 기우려야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입원비와 치료비 걱정으로 가족들이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집이라도 팔아서 문제를 해결할 결심을 하지 않고 걱정 만하면 더욱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단념할 것은 깨끗이 단념하고, 당면한 문제들에 매듭을 짓고, 심기 일전 활로를 찾는 것이 가족이 사는 길이다.

  구조조정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병든 은행과 기업의 중환자를 격리시킬 병원이 없다. 성업공사가 있다지만 이 기관은 죽어 가거나 병든 환자의 유산을 정리하는 기관이지 환자 자체를 수용해서 치료할 능력은 없다. 정부는 IBRD의 권고에 따라 부실기업을 매수하여 치료하던가 제 3자에게 팔아 넘겨 돈을 버는 민간회사 (Corporate Restructuring Vehicle )의 설립을 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금 까지 출현한 회사는 많지 않고 그 규모도 크지가 않다. 이러한 민간 회사들이 많이 나타나서 제구실을 하게 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1-2년 내에 끝 내겠다고 작정한 정부의 시간 개념부터 문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들은 중소기업을 다룰 능력은 있겠지만 재벌 소유의 대기업을 다룰 능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팔자는 일직이 정부, 한국은행, 금융단, 국제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하는 지주회사, 가칭 [기업갱생공사]를 세우라고 제안한 일 이 있다. 시간관계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제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갱생공사는 부실기업을 시가로 매수 한 후 경영진을 선임하여 구조개선을 추진 한다.
  2. 은행의 매각 손실이 확정되면 그로 인해 은행 자본비율이 악화하므로 이 시점에서 제 1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3. 구조조정 계획이 타당시되면 채권 금융기관은 인수기업에 대한 채권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하던가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다.
  4. 새로운 경영진은 보다 안정된 재무상태 하에서 기업경영을 개선하고 (대외합작 포함) 경영이 정상화되면 금융기관은 주가가 상승한 주식을 매각하여 금융기관의 채권을 회수한다. 따라서 새로운 자본주와 경영주체가 기업을 인수하는 결과가 된다. 물론 기업갱생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5. 동공사의 이익과 손실은 궁극적으로 금융기관과 정부에 귀속된다.
  6.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IFC와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참가가 필수적이다.

  이상은 부실 기업 처리에 관한 것이지만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에 있어서도 외국에서 경험한 것처럼 부실은행 정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를 세워 부실은행의 처리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이 없기 때문에 …

  하여튼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서로 꼬여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1. 부실기업을 격리시키지 않고 환자 기업과 은행이 서로 얼켜 있기 때문에 은행은 그에 매달려 은행의 살 길을 강구하기 어렵고 부실기업은 확실한 대책이 서지 않는 가운데 점점 병세가 악화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른 기업들도 감염 증세를 보이게 된다. 병자를 집에 두고, 가족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경우와 같다.
  2. 문제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기 때문에 은행 들은 장래를 내다 볼 수도 없고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손실이라면 과감히 그 일을 매듭 짓고 다른 데로 눈을 돌려야 활로가 트일 것이다. 가정 환자의 경우 집이라도 팔아서 입원비를 조달할 결심이 서면 마음은 오히려 편할 것이다.
  3. 부실기업의 주주, 채권은행, 정부사이의 손실 분담에 과한 Rule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서로 손실 부담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각축 속에서 기업의 매각과 처분이 늦어지고 그러는 사이 은행과 기업의 부실 상태는 더욱 심화한다. 이것이 부실기업 처리를 가로막는 3대 요인의 하나이다. 환자의 형제들이 치료비 부담을 놓고 서로 미루다가 시급한 수술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와 같다.
  4. 채권 은행이 부실기업을 치료하기 위하여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면 경영의 책임을 지게 된다. 필자 자신의 경험에 의한다면 은행에게 부실기업의 관리를 맡겨 성공한 예가 없다. 은행은 채권 회수와 자금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경영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환자에게 환자의 관리를 맡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5. 병원에 입원 시키면 환자에 대한 필요 조치는 일단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다음에는 치료의 결과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환자에 대한 조치가 어디에서 끝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가 없고 조치결과를 기다리려 하지도 않고 그저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야단들이다. 실은 환자의 치료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확실한 치료 Protocols (절차)에 들어가 있느냐가 문제이다.

임상요법과 자연요법

  의사는 환자에게 건강수칙을 마련해 주고 그의 치료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 수칙과 치료법은 대증요법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자연 요법에 중점을 둘 수도 있다. 대증요법은 수시로 환자의 병상을 살펴 치료방법을 조정하는 요법이고 자연 요법은 신체의 자연 치유력에 의존하는 요법이다. 정부는 그 동안 여러 가지 개혁 입법을 도입하여 은행과 기업의 건강수칙을 마련해 주었고 그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주치의들은 말로는 정부의 간섭을 삼가고 시장경제의 자연 치유력에 의존한다고 하면서도 주위의 독촉에 밀려 수시로 나타나는 병상에 따라 단편적 규제를 강구하는 대증요법을 쓰고 있다. 급한 대로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시장경제의 기능을 살려가려는 열의를 보여야 한다. 비근한 예로 공적 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은행의 대주주가 되었지만, 경영과 인사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민간 주주들에게 일임하는 아량을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개혁에는 그러한 솔선 수범과 지도력이 중요하다. 지금은 의학에 있어서나 경제학에 있어서나 대증 요법 보다 자연요법이 강조되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들어 난 문제점

  이상에서 보아온 구조조정의 병리학적 검토에서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들어 난다.  

  1.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진단 자료 없이 환자를 다루어 왔다. 회계제도의 개혁 및 공인회계사의 재훈련이 시급하다.
  2. 환자의 건강 기준이 의문시된다. IMF가 정한 은행 자본비율 8%, 기업의 부채비율 200%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3. 불치와 가치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무원칙 하게 불치를 연명 시키는 예가 적지 않았다.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4. 환자를 수용하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재택(在宅) 치료에서 오는 폐단이 많다. 부실기업과 부실은행이 서로 엉켜서 서로가 부실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어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고 부실이 건실한 기업으로 전염되기도 한다. 부실 기업의 은행관리는 환자에게 환자의 관리를 맡기는 것과 같다.
  5. 주치의가 자연요법(시장경제)보다 대증요법 (규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자유화를 위한 규제”라면 자유화를 향한 지도적 열의를 보여 주어야 한다.
  6. 구조조정의 논리적 순서와 소요시간을 무시한 성급한 동시 공격이 구조조정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 같다.
  7. 구조조정의 프로토콜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에 대한 조치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 수가 없고 따라서 문제 해결의 매듭이 지워 지지 않는다.

구조조정의 실적과 시사점

  한 민간 연구소가 제시한 통계에 의하면 '98년 이후 워크아웃 등 기업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47조원의 금융기관 신규 부실이 발생 하였고, '98년 7월 이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102개 업체 중 경영이 정상화되어 조기 졸업한 기업은 2개사(한창화학, 한국컴퓨터)에 불과 하다고 한다. 대우 관련 12개사의 처리도 답보 상태에 있다. 지금 제2차 금융 구조조정이 시작 되었는데 또다시 금융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경험한 바와 같이 “금융기관 부실 증가 → 신용 축소 → 자금경색 확산→ 부도 증가 → 금융기관 부실 증가의 악순환”의 재연 되지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이러한 현상들은 위에서 본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문제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건실(健實)에서 부실(不實)을 도려내고 구조조정과 부실 사이의 악순환을 단절하느냐 하는 것이다.

  환자가 병원에 모여 있으면 나머지는 건강 사회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자와 건강한 사람이 뒤섞여 있으면 사회전체가 병들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면 필요한 조치는 일단 끝난 것이고 치료기간을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치료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실은 치료의 프로토콜 즉 환자를 다루는 방법과 과정이 문제인데, 병원 직원들은 정부 주치의들의 치료방법에 반대하여 총 파업을 계획하고 있고 국내외의 여론은 구조조정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고 야단들이다. 결국 부실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다루는 메커니즘이 확실하게 서 있지 않다는 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시장기능을 통해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현존 protocole을 (입법을 포함해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