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논문

시장경제의 4대 원칙

lkhy1.gif


월간 무역, 2003년 2월호  권두언


 

노무현 정부의 경제운영의 방향과 방식에 관하여 논자에 따라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같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력 집중과 각종 격차를 시정하기 위하여 정부의 보다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때이니 만큼 시장경제체제의  기본 원리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시장경제는 자유와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체제이다. 그런데 경쟁이 있으면 반드시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2원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운영의 기본과제의 하나가 된다.  승자가 패자를 멸시하고,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부자가 빈자를 돌보지 않으면 자유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양극화 현상에서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생겨났고 그 결과 사람들이  빵과 자유를 함께 잃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므로 경쟁과 자유를 적절히 조절해야 시장경제는 발전과 향상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예컨대 평준화를 위하여 경쟁을 봉쇄하면 발전과 향상이 없는 반면 경쟁의 공정성을 무시하면 약육강식의 사회가 된다. 이러한 기본적 시각에서 정부 경제운용의 네 가지 원칙이 도출된다.

첫째는 자율과 경쟁의 원칙이다. 지금 경쟁의 가치를 가장 잘 실감하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당선자 자신일 것이다. 그는 경쟁을 통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진보와 발전에는 경쟁이 불가결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가급적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창달하고 사회 각 면에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적고 민간의 창의와 이니시어티브를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국제 경쟁력이 강하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세계 경제사가 증명하고 있는 터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의 규제완화가 경제정책의 주요과제의 하나였고 실제로 규제가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내외의 정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둘째는 공정경쟁의 원칙이다. 경쟁의 규칙을 만들어 주고 그를 위반하는 자를 징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정치적 편의를 위해 범법행위를 묵인하거나 관용한다면 그 자체가 불공정 경쟁의 원인이 된다. 일부 지역이나 집단의 이기주의에 굴복하여 법을 공평하게 시행하지 못하면 무질서와 포퓨리즘에 빠지게 되고 독재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흔히 악법도 법이냐 하는 질문이 있는데 그러나 법을 고치는 것도 법적 절차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법치주의가 정의와 합리와 자유를 지키는 보루임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는 균형과 형평의 원칙이다. 경제학을 관통하는 기본원리가 균형이다. 경제 분야 사이의 균형과 계층간의 형평을 잡아 주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다.  J.F. Kennedy가 말한 대로 정부가 다수의 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소수의 강자도 보호할 수가 없다. 그 이유야 어떻든 고통 받는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는 농부가 기업주가 될 수 있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가 경영자가 될 수 있고, 빈자가 부자로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에 있어서는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적 구호(救護)도 자구노력을 계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불우를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자신의 창의와 노력과 향상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넷째는 시장 보완의 원칙이다. 사회 문제를 시장 기능만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경제학자들은 그것을 시장 실패라 한다.  시장기능이 교육,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직접 규제보다 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사용할 때보다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이상의 4대 원칙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면 우리경제는 활력을 잃지 않고 계속 성장하여 풍요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lkhy2.gif   arrow7.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