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ㆍ개방 주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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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6월 28일 조선일보 7면 . 


 

경제발전은 성장 요인 (인력, 자본, 투자, 기술 등)이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이동 함으로써만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하는 것이 경제발전 전략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경제회생 위한 불가피한 선택 

북한이 외부에서 성장 요인을 흡수하자면 사람과 재화의 이동을 가로막는 제도적.행정적 장벽들을 적게 하는 개혁과 개방이 불가피하다. 그것 없이 경제적 회생과 발전을 바란다는 것은 마치 산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 기업계 지도자들은 평양에서 북측에 남북간 투자 보장, 이중과세 방지, 분쟁 해결장치 청산, 결제방식, 재산권 보호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것은 비단 남북간의 경협 뿐만 아니라 제3국과의 무역, 투자, 자본, 기술의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 조건들이다.

 지난 20일 평양의 중앙방송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몇 년 동안 각종모임에서 개혁.개방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한 발언들을 모아서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한다. 

북한 지도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 지도층의 개혁의지가 얼마나 강하냐 하는 것은 북한의 장래뿐만 아니라 남한의 경제협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구 소련과 중국이 개혁.개방에 보여준 적극성이 생각난다. 구 소련과 중국은 미국 및 한국 등으로부터 경제학자들을 초청하여 시장경제의 운영원리와 한국의 발전 경험들을 배우려 했고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에 정책자문을 구하는 한편, 미국에 다수의 유학생을 파견하기도 했다. 평양은 개혁.개방을 하면 자신들의 정치체제 유지가 어렵게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경험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1978년 이후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 경제적 자유의 폭을 넓혀왔지만 그로 인해 중국의 정치체제가 약화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국민생활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점과 관련하여 중국과 구 소련의 경험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소련은 정치과 경제면의 개혁(perestroika)과 개방(glasnost)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반면, 중국은 기존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한 결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물론 영토 분단이 없는 중국과 북한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서 2국 2체제를 공식화하고 평화공존을 약속한 이상, 평양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평양의 체제유지가 위태롭게 된다면 그것은 개혁과 개방의 탓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기피하여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지 못한 결과일 공산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 환영 행사에 동원된 평양시민들의 열광적 환성 속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절규(絶叫)가 숨어있었다고 본다. 

중국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한편 TV에 비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활달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그의 이른바 '강성대국' 정책에 관련시키는 사람도 있다, 강성대국이란 강한 군대, 강한 사상, 강한 경제를 만든다는 것인데, 김 국방위원장은 그 중 강한 군대와 강한 사상 만들기에 자신을 가진 모양이고, 이제부터는 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대외전략을 구사하게 된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이 관점이 옳다면 평양은 어쨌든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과 개방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강성대국의 논리가 과연 북한의 경제와 사회를 구할 수 있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에는 틀림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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