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조에 금이 가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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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2월 15일 중앙일보 칼럼 게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악의 축]으로 규정한데 대하여는 미국 내외에서 피판의 소리가 없지 않았고 우리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국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판은 주로 용어 선택에 관한 것이지 부시가 그렇게 말한 동기와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즉 부시는 평양은 무수한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가운데에서도 대량살상 무기 생산과 수출에 자원을 쏟아 붇고 있음을 지적하고 대량살상무기의 수출을 중지하고 38선에 집중된 전력 배치를 후방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에 무력으로 북한을 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북한은 상호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것이 그의 일관 된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국회의원 들이 비난 성명을 내고 미국 대사관을 방문하여 미 대사에게 항의한 일이 있었다 한다. 물론 용어의 적정성에 대하여 논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질문제를 덮어두고 과거에 미국이 독재 정권을 비호 운운하여 감정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합리적 대응이라 하기 어렵다.

그들 말대로 미국이 지난 날 “독재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 잘못이라면 오늘의 북한의 처참한 독재체제를 묵인하는 것도 잘못일 터인데 그들은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하여는 별로 말이 없고, 북한 동포를 빈곤과 압제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 얼마만큼 고민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떤 이들은 평양이 핵무기와 화학 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그 것들을 외국에 수출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은 미국의 관심사 일뿐, 우리의 안보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최근 미국의 CIA 책임자가 미국 상원에서, “평양이 한반도를 북한의 통제 하에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고 증언한 것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평양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이 일차적으로 대남 적화 통일 전략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의 우리의 국방정책과 예산의 30%내외를 국방비로 소비한 것은 지상 최대의 우거 (愚擧)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압박하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위험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이 무력 사용을 피하고 인내와 대화로써 대북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동맹국인 미국에 대하여는 미국의 주장이 우리의 국익과 일치하지만, 남북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화재개에 가일층의 공동 노력을 전개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 대응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대북 태도 때문에 일부에서 지나친 대미 비판이 있으나 우방국가 간에도 정책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였는데 해당 의원들은 이 충고를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혼선이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없는 데에서 오는 것 같다. 남한의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하는 대북 정책에는 최소한 네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장기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일이고, 둘째는 우선 남북간의 무력 충돌을 회피하고 긴장완화를 도모하는 일이고, 셋째는 동포애에 입각한 긴급구호와 북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며, 넷째는 위의 세가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을 대북 정책의 4대 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원칙을 저버리는 행동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1864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