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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청결과 친절이 성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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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2월  6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칼럼 '韓.日간 청결.친절 경쟁하자' 제목으로 게재


 

드컵을 위해 훌륭한 경기장이 모습을 들어냈고 모든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필자에게는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다. 월드컵은 일본과의 공동 개최이니 월드컵을 보러 오는 외국인들은 필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모르는 외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새삼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문화면에서, 특히 청결과 친절 면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떨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면, 월드컵이 우리의 문화적 후진성을 세계에 선전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허나 이 문제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각성하고 분발하면 거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고로 우리의 자각을 높이기 위해 청결과 친절에 대한 두 나라 사람들의 관념의 차이부터 지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필자는 하와이에 자주 가는데 관광지인 그곳에는 일식 집이 많이 있다. 일식 집에 들어가면 그 식당이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식 집인지 혹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일식 집인지 화장실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식당의 화장실은 깨끗하기가 이를 떼 없고, 대개 그림을 그린 액자가 걸려 있거나 혹은 생화를 꽂은 화병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은 더러운 것을 처리하는 장소이니까 그럴수록 더욱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관념이다.

그런데 한국인이 경영하는 일식 집의 화장실은 깨끗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빗자루, 걸레, 물통 등이 그 입구나 내부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어차피 화장실은 더러운 것의 장소이니까 지저분한 것은 그 곳으로 치워야 한다는 관념이다. 우리는 이 관념을 고쳐야 한다. 우리가 청결관념을 고쳐 소규모 음식점과 상점들의 화장실을 깨끗이 하면 다른 곳도 깨끗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비상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친절에 있어서도 두 나라의 관점이 같지가 않다. 필자가 동경에 갔다가 아는 사람이 부탁한 머리 염색약을 사려고 어느 백화점에 들린 일이 있다. 화장품 판매장에 가서 물었더니 점원 아가씨는 죄송합니다. 그 약의 재고가 없으니 다른 약국으로 안내 하겠습니다 하고 따라 오라는 것이었다. 그 아가씨는 나를 백화점 밖에 있는 약국까지 데리고 가서 그곳 점원에게 물어보아 주었다. 약 5분만 기다리면 약을 가져 올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안내하던 아가씨는 백화점으로 돌아 갔고 나는 옆의 책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약 5분 후에 점원 아가씨가 나를 찾아 와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연락해 보니 그 약은 생산 중지가 되어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라고 하면서 코가 땅에 닫도록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록 약은 구하지 못했지만 두 점원들의 친절에 감복할 뿐이엇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있었던 일. 어느 날 골프 장에 갔다가 모자를 사기로 했다. 모자들의 사이즈가 다르고 모양도 다르므로 이것 저것 만지다 보니 모자의 진열이 흐트러 졌다. 그것을 보고 있던 여점원이 달려와 모자를 가지런히 정돈한 것은 좋았으나 나의 모자 고르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는 모자를 사지 않고 나와 버렸다.

여기에도 관념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친절은 남에게 공손할 뿐 아니라 손님의 불편을 덜어주는 적극적인 친절인 반면, 한국의 친절은 손님에게 90도의 절을 하고 알아 뫼시는 데에 중점을 두는 친절이다. 그러나 봉사정신이 없는 친절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그들이 깨끗하고 인정 많은 한국의 인상을 가지고 돌아 간다면 그 보다 더 큰 소득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경제면에서 반도체, 철강, 조선, 인터넷, 컴퓨터 등에서 일본을 따라 잡았고 지금은 오히려 앞서고 있다. 우리가 청결과 친절 경쟁에서 일본을 따라 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축구 선수들이 피나는 훈련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문화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 같이 분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