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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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29일(화) 중앙일보 오피니언 칼럼에 게재된 ‘CEO대통령’ 성공하려면의 원고. 편집과정에서 표제를 바꾸고 지면관계로 약간의 삭제가 있었으므로, 여기에는 원고 원문 그대로를 싣는다


 

요즘 [CEO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매스컴에 등장하였다. CEO는 [최고 경영자]라는 뜻인데 우리가 보아온 대통령과 다르다는 의미로 그런 말을 썼을 것이다. 물론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대통령을 동열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가나 경영의 대상임에는 틀임이 없다. 사실상 대통령이 정치적 혹은 제왕적 야망을 버리고 기업의 CEO처럼 국가 경영에만 전념해 주었으면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면 성공한 CEO와 우리가 보아온 대통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면 관계로 네 가지만 지적해 둔다.

경영이념-먼저 성공한 CEO는 대개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것을 종업원들이 경영활동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가치 또는 행동의 준거(準據)가 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뜻 있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가이념을 고취하여 그것이 국민들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도록 한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멜팅 폿트”의 나라가 무서운 단결력을 보여 준 것은 국민들이 투철한 국가 이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이념이 없으면 국민적 통합이 어렵게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 우리에게는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심각한 이념의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전략조-회사의 CEO는 회사 경영의 기본방침과 전략을 결정하고 장기경영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위하여 CEO는 이른바 戰略組 (Strategy Business Unit )를 가동한다. 한국에서는 기획관리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통령도 연두에 국무총리 대독으로 시정연설을 하고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과 장기발전계획을 제시하고는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전략조와 같은 우수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전략 연구팀이나 기획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그 내용은 빈약하고 一過性 문서에 그치고 있다. 기획예산처. 재경부,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 기획 기능이 산재하고 있으나, 옛날의 EPB와 같이 나라 경제 전체의 기획을 담당하는 조직은 없어 졌다.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마당에 경제기획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우리가 말하는 기획이란 옛날의 5개년 계획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 경제정세를 면밀히 분석 평가하고 종합적 경제전략을 세워, 그 틀 안에서 각부처가 유기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종전의 경제기획청을 내각부로 통합한 이후 그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되었고. 금년 초에 발간된 2002년도 경제백서를 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는 관.민 연구소가 많이 있는데 그들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전반의 기획기능을 부활할 필요는 없는 것일까.

인재확보- 성공적인 CEO는 무엇보다도 人材 확보에 신경을 쓴다. 경영이란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 목적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리기법을 구사하는 人材가 필요하다. 대통령도 우수한 공무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으면 행정의 능률을 올릴 수 없다.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현대적 관리기법 중에는 국가경영에 응용할 수 있는 기법이 허다하다. 예를 들면 시스템을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의 일정관리를 위한 PERT, 문제를 수량적으로 解析하여 작전 전략을 연구하는 OR (Operation Research) 등등, 일일이 열거할 겨를이 없다. 우리나라 고급 공무원 중에 이러한 관리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 몇이나 될까. 지금의 낡은 공무원제도하에서 현대적 국가경영에 필요한 인재를 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연목구어 (椽木求漁)와 같은 것이다.

우선순위- CEO가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쓸 수 있는 人材와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성공한 CEO는 자원 배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업기회의 우선순위를 판정한다. 즉 사업 성과가 크고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가장 중요한 사업에 가장 우수한 인재와 필요한 자금을 배분한다. 국가경영의 경우에도 이점은 마찬가지. 그런데 우리가 본 대통령들은 우선순위 보다 정치적 편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치적 명분이나 개인적 치적을 위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에 착수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治世의 경륜이란 결국 국사의 우선순위를 떠나서 論할 수 없는 것이다. 끝 (2130자 공간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