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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대한 도전과 우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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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10일 헌정회에서 강연


 <머리 말>

요즘 경제 불황 속에서 민심이 불안 한 것 같습니다. WTO의 시장 개방 압력에 항거하여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와 데모를 벌이고 있고 일본 및 중국과의 어업협정 이후 수산업도 희망이 없다는 어민들의 소리가 높습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시장개방을 반대하고 5일제 근무를 요구하는 격렬한 데모를 버리고 있고, 그 때문에 불황기에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더욱 고난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적 불황과 테러와의 전쟁의 여파로 수출은 매월 줄어들고 설비투자 또한 몇 달 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자수가 늘어나고 영세민이 생활이 어려운데, 공적 자금의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그런데 국회는 정쟁에 몰두해 있고 행정부는 국정 운영의 질서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은 불경기 탓만은 아닙니다. 그 배후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깔려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3중의 시련을 한꺼번에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씀 드리면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라는 세 갈래의 시대적 변화 속에서 그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의 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개혁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상반된 이해관계의 대립, 갈등이 있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힐 때 까지 과도적 혼란이 계속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 가지의 시대적 조류를 거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이 어렵다 하더라도 방향감각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고 다만 적절한 방법을 찾는 데에 힘을 합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 본인은 우리가 지금까지 세가지 변화, 즉 민주화, 세계화, 및 정보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돌이켜 보고 거기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사견을 말씀 드려 보고자 합니다.

<3화의 진통>

민주화

먼저 민주화의 측면을 보면 외형 상으로 과거의 권위주의적 대의정치에서 민주적 대의정치로 넘어온 것은 물론 진보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칙 상왕을 보면 그 병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 있어서도, 발전소, 화장 장 부지 선정, 쓰레기 소각장 건설 등에서 보았듯이 지역 이기주의가 공공시설 건설을 어렵게 하고 있고, 격렬한 노조 투쟁이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수백개의 NGO가 결성되어 저 마다 큰 소리를 내고 있고 정치 권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요구가 민주화의 이름으로 행해 지고 있어 대중들은 어느 쪽이 진정한 민주화 운동인지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하여튼 이러한 혼돈은 성숙된 민주사회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자각이 높아져가고 있고 정치 권에서 자기개혁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일면도 있습니다.

세계화

세계화의 측면에도 명암 양면이 있습니다. 1997-8년의 외환위기는 세계정세의 변화 방향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필요한 구조조정을 미루어 오다가 당하고 만 재난이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어는 의미에서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의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우리 경제사회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거시적 지표를 보면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지금은 1,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 났고. 총 외채 비중도. 97년 말의 33.4% 에서 26.7%로 감소 하였습니다. 외환사정 호전에 따라 IMF로부터 차입한 195억 달러의 자금을 계획보다 3년이나 앞당겨 상환하였습니다. 경제성장률,주가,환율 등 거시지표도 IMF 사태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상회하였고 무엇보다도 저 금리 기조가 정착된 것이 큰 소득입니다. 결과 적으로 국가신인도가 향상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IMF의 지도 혹은 압력하에서 외환위기는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만은 구조조정은 아직 미진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에 더하여 지금 우리경제는 세계적 불황과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침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요즘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성장의 견인차인 설비투자가 금년 초부터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성장의 장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다음에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명암 양면이 있습니다.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으로 기업 풍토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저 금리에 따른 주식시장 활성화 등에 힘입어 기업의 부채비율이 크게 하락하였고 기업들이 외형 위주의 성장전략에서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그룹 단위의 경영이 개별기업 중심으로 이행하고 있고 종래의 문어 발 식 경영에서 탈피하여, 소수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있고 이사회가 실질적인 경영의사결정의 최고기관으로 변모하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CEO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 가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면에 각종 개혁작업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데에 따른 실망 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량 해고와 실업,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이 심화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5대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 전체로는 2000년에 6.0조원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지금 우리기업의 약 30%가 영업수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형편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편 외자계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였고 외환 및 증권시장이 국제금융시장과 같이 날뛰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비중이 97년말 14.6%에서 35.5%(2001년 10월말)로 급상승하였습니다. 그런데 외국인투자의 대부분이 국내시장 확보와 주가 차익 만을 노리고 있어, 당초에 기대했던 선진적 경영방식의 전파나, 기술개발 등에 대한 기여가 아직은 적은 편입니다.

금융에 있어서는 다수의 부실 금융기관이 퇴출되었고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결과 BIS 자본 비율이 개선되었고. 외국은행과의 합작을 통하여 선진 금융 관행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기관 부실 예방을 위한 감독기능도 크게 개선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면 구조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색으로 건실한 기업이 부실화하는 경우가 많았고, 신용 평가와 리스크 관리 기능이 취약한 탓으로 산업 금융을 기피하고 소비금융 내지 아파트 담보 금융과 같은 안이한 경영방식에 안주하고 있어 설비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감사원이 공적자금 비리를 발표하여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만은 지금까지 금융기관에 투입된 공적 자금은 2001년 10월말 현재 150.6조원으로 이중 회수된 것은 37.7조원, 전체의 25.0%에 불과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공적 자금이 잘 회수된다 하더라도 원금손실 84조6천억원, 이자지급 44조8천억원, 기회비용 9조9천억원 합계 139조의 손실이 예견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후 일에 막대한 재정 적자 요인이 될 것입니다. 공적자금 공급을 위한 정부의 국채 상환기간이 앞으로 2-3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차환 발행을 통해 상환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 분산시키는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에 노동 부문의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다소 제고되었고 근로조건 개선, 고용보험 확대,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등의 성과가 있는 반면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청년(20~29세) 실업률이 6.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임시직, 계약직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격렬한 노조 투쟁이 국내 및 외국투자의 기피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3차레의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이 있었으나 감원은 하위직 공무원에 집중되었고 중앙 행정기관은 오히려 늘어 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지지 부진한 상태에 있습니다.

정보화

정보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보급율은 선진국을 앞서고 있고 사이버 문화가 가상공동체(Cyber Community)의 형성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GDP대비 IT비중은 97년 7%에서 2001년에는 15%로 상승하였고 IT 수출 비중도 같은 기간에 30%수준에서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IT 산업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과잉 생산으로 세계적으로 IT 경기가 하락하고,특히 미국의 IT 경기가 급랭하자 국내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한편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불건전정보의 유통, 개인의 사생활 침해, 인터넷 중독증, 음란 물 확산, IT 형 범죄의 증가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였습니다.

사회적 변화
3화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이식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정주의, 의리주의에 기초한 노사관계가 서구식 고용계약으로 전환하고 있고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를 배격하고 Global Standard를 적극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입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습니다.대량 해고와 실업, 빈부격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고, 교육개혁, 노동개혁, 재벌개혁, 정치개혁 등을 둘러싼 이익 집단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남북간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하여 햇볕정책을 들러 싸고 이념 갈등과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태에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이 없고 국론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선택>

이상에서 세가지 시대적 도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가를 개관하였습니다. 대체로 3화 시대의 요청에 따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힌 것은 아니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법 선택의 잘못으로 개혁을 위해 필요이상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탓해 보아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만 지금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사견을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세계화는 잘못된 선택인가 ?

본인은 모두에서 세 가지의 시대적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 하였는데 요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일어난 후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소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미국이 자기 중심의 기준을 개도국에게 강요하는 책략(策略) 이라는 비판도 있고, 세계화는 세계 국가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 놓았다는 반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항간에는 세계화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계화는 우리가 원하든 안 하던 지속될 필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화는 선진국의 정치적 책략이기에 앞서 정보 통신기술의 혁명적 발달이 가져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발달로 FAX나 E-Mail은 물론 Internet에 의하여 전세계의 컴퓨터 사용자 상호간에 Network이 형성되어 있고 이제는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문서, 영상,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교환할 수 있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세계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러한 통신수단의 세계화는 경제, 사회, 문화면의 세계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무역의 측면을 보면 한국에서 수입한 반도체와 일본에서 도입한 기술을 사용하여 중국에서 생산한 컴퓨터가 미국에서 미국상표로 팔릴 때, 그것을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이제 국경이 점점 무의미 해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개방에 따른 이익의 배분은 고르지가 않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수익자와 피해자가 있게 마련이고 국제적으로도 이익을 더 보는 국가와 덜 보는 국가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그 때문에 세계화를 거부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세계화의 일환으로 수입개방이 불가피한데 향후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장기적 관점에서 미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21세기연구소 소장 애크로이드 등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의 세계인구는 57억으로 추산되는데 21세기말경에는 120억 (후진국권 100억, 선진국권 20억)에 이르게 되어 지구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현재의 농업 생산력으로 120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48억 헥타르의 농경지가 필요한데 지구상에는 잠재적으로 경작이 가능한 토지 면적은 32억 헥타르밖에 되지 않는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침식, 산림 벌채, 도시 및 산업지역의 확대, 관개용수의 유실 등으로 경작 면적은 해마다 줄어가는 추세에 있다 합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세계는 식량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미 현 재에 있어서도 북한을 비롯하여 식량이 부족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토지뿐만 아니라 수자원의 부족도 문제가 됩니다. 샌드라 포스텔에 의하면 이미 27개국이 물 부족 상태에 빠져 있고 1979년부터는 인구 1인당 수리지역 면적이 감소추세에 있고 장차 식량안전이 매우 위태롭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던지 농업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식량 부족이 표면화하면 고물가격이 오르는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가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농업의 기업화와 과학화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농업을 기업화하면 주식지분의 방식으로 경작 면적을 대대적으로 통합하여 대규모 기계 농법으로 생산비를 주리는 한편 쌀의 품질을 차별화하여 국내 수요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를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가 있다면 그것을 과감히 철폐해야 합니다. 그러면 농민들은 스스로 자기의 살길을 찾아 갈 것입니다. 예컨대 무공해 농산물의 위탁 재배, 꽃과 과실, 인삼 등, 특용 작물의 재배와 수출 등의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도 수입개방을 했지만 일본의 농업이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농업의 과학화로 품종개량, 비용 절감, 신종 농산물 개발 등에 힘쓰는 한편 식물학,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장기적 식량 안보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당장은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피해 농가에 대한 소득 보조,겸업 지원, 전직 훈령 등의 다각적 보호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보화의 부작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정보화의 부작용은 다양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정보화가 미국과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 제국주의”의 양상을 띠고 있고,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매체의 막강한 영향력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어떠한 특정 세력이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의견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정보 매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고 소수의 목소리를 다수의 목소리로 둔갑시키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보화가 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이 문제입니다. 정보화는 그 폭발적 위력 때문에 더욱 해악이 큰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화의 폭발적인 위력을 정보화의 악영향을 제거하는 데에 역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공영 방송( 특히 KBS)이 각종 사회악을 고발하고 시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상업 방송이 약간의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의 모든 사회악을 추방하는 데에 힘을 합친다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보수단을 충분히 활용하면 우리의 민족성의 단점 (비 협력, 부정직, 상호불신, 배타성 등)을 고칠 수 있고, 교육, 의료, 과학 등의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 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정보화는 우리가 그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익이 될 수도 있고 해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 자체가 선악과 진부를 가려 주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 문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보 매체에 대한 어떠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구조조정은 끝나 가는가 ?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진통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문제는 진통에 값할 만한 구조조정이 이루어 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조개혁의 목표는 시장원리의 도입입니다. 따라서 구조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느 정도로 시장원리가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금융시장, 노동시장, 제품시장에 자유로운 참입과 퇴출이 있고 유연한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으면 시장 참가자들의 규율향상과 바람직한 자원 배분을 기대할 수 있고 활력이 넘치는 경제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개혁이 전체 경제구조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입니다. 금융시장에서 시장원리가 지배하면 그 압력이 노동시장, 제품시장에 파급하기가 쉽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단기준을 염두에 두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합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있는가?

세계화에 대응하는 근본 대책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현시점에서는 섬유, 의류, 신발, 완구 가전, 조선(장기적), 농업 등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자동차, 철강, 정보통신, 석유화학, 고급가전, 고급섬유, 바이오 등은 아직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들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자면 기술을 개발하여 상품을 고급화하고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이 문제는 결국 교육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중등 교육, 무용의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교육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중등 교육에 있어서는 도덕 및 국가이념의 고취와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두어야 하고 대학 교육에 있어서는 산업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 산업계에는 IT 관련 고급두뇌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급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적자원 개발과 관리에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우리경제의 경쟁력과 관련하여 중국의 경제적 도약은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중국이 WTO 가입하였는데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는 명암 양면이 있습니다. 먼저 밝은 면으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과 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입니다. 현재의 광공업제품의 평균관세율이 24.%인데 2005년에는 평균 9.4%로 인하되고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현재의 80~100%에서 2006년에는 25%로 인하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비 관세 장벽도 낮아지고 무역 분쟁이 일어나면 WTO의 분쟁처리 제도에서 다투게 되기 때문에 2국간 힘 겨루기 보다 해결이 쉬어 질 것입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WTO 규약을 이행한다면 불투명한 국내 법제도가 정비되고 진출기업과 국내기업간의 차별도 없어 질 것 임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엄청난 도전을 직시해야 합니다. 중국의 임금 수준은 우리의 1/5 도 안되고 지가는 30-50년 임대 임대료 평당 약 10망원 정도입니다. 사회간접건설에는 지가 보상이니 지역 이기주의니, 부동산 투기니 하는 장애 요인이 없고, 노사분쟁도 없고 정부가 계획하면 그대로 추진되는 체제입니다. 중국경제에도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만은 그들은 실사구시(實事求是) 의 정책 스타일로 성장추세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많은 나라가 중국의 제조업과 경쟁할 수 없게 되어 중국은 세계의 제조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중국은 이미 일본과 한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 가전 생산국으로 부상하여 TV(세계점유율 36%), 에어컨(50%), 세탁기(24%) 등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미 中.低價 섬유와 의류, 저가 가전, 신발, 완구, 농업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사업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선회하지 않을 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물론 우리는 광대한 중국시장의 틈새를 찾고, 공업제품을 고급화, 차별화하고 첨단기술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이상으로 팽창할 때 중국으로 엄청난 물량이 들어가고 나올 터인데 그 물류의 기능을 누가 담당할 것입니까?. 다행이 한반도는 東北亞의 중심에 위치하여 전세계 및 지역 내의 모든 공항 및 항만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동북아 물류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釜山港은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으로 세계 제 3위, KAL은 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물류중심지를 만들어 놓으면 그곳에 입주하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외국의 기업들이 모여 들 것입니다. 그래서 Netherlands에는 650개 이상, Singapore에는 5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지역본부를 두고 판매, 구매, 재고를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역, 통관, 통신, 금융 등 서비스업의 확산되고 모든 업무의 전산화에 따른 정보와 관리기술이 동원되고 고가품 항공 운송 편의를 위해 첨단기술 제품의 생산 기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산과 광양만을 싱가폴과 버금과는 물류기지로 개발하는 한편 인천공한 주변을 자유도시의 물류기지로 개발하여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그러한 물류 거점이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게 하는 것이 중국 부상에 대한 근본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은?

먼저 외국 투자에 관하여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하면 동북아 에서의 한국의 지정학적 이점을 노려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가 몰려 올 것입니다. 만약 영종도의 국제자유도시화 계획과 물류단지 master plan 명시하고 토목공사에 착수하면 입주를 문의하는 외국 기업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정부 규제가 항상 문제가 되는데 국제 자유도시를 만들어 싱가폴이나 암스테르담과 거의 똑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주면 투자유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국내 투자에 관하여는 해외요인으로 인한 시장침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불경기 시에는 내일을 내다보고 선행 투자를 해야 합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70년대에는 중 화학 공업 투자, 80년대에는 전자공업투자, 90년대에는 정보통신산업 투자가 주도하였는데 2010년대에는 기술개발과 정밀 첨단 공업에 투자가 주도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민간 투자를 자극하기위해 일정기간 각종 세제상의 유인을 제공하고 정부 정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과학 기술 개발을 포함한 전략부문에 대한 장기 융자를 실시하는 제도를 강구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형편으로는 일반은행이 장기투자를 지원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을 조속히 완수하여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체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결론

세계적 불황기에 세 가지의 시대적 변화가 겹쳐서 명암이 교차하고 있으니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경제에 대하여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이러한 고비를 수없이 거쳐 왔습니다. 필자가 정부에 있을 때에도 경제가 잘된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경제는 계속 발전해 왔고 세계 12-3위의 산업국가로 발 돋음 하였습니다. 그 비밀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시장경제 자체의 역동성 혹은 다이나미즘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 다이나미즘을 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기업들은 사업의욕을 잃고 있고, 금융인 들과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으로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고 또 그럴 수 박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 여기 저기서 불법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데 공권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고,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없어 진지 오래 입니다. 지금의 사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한다면 경제적 위기보다 정치적 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정치인과 정치 지도자의 몫인데 과연 그들이 구태의연한 정치적 관습에서 탈피하여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우리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데에 바로 오늘의 불확실성과 불안의 근원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계화와 정보화는 외부에서 부과되는 타율적인 변화인데 반하여 민주화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율적인 변화입니다. 타율적인 변화는 남을 따라가면 되지만 자율적인 변화는 자가가 자기를 고치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은데 이 일에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화, 정보화의 진전에 불구하고 이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