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로 눈을 돌리자  


2000년 3월 17일 평화연구원에서의 강연 원고이다. 별고 "왜 동북아개발은행이 필요한가?" 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나 동 논문의 핵심부분만 보고자 하는 독자는 이 논문을 읽으면 된다.


동북아의 어제와 오늘

동북아라 하면 지리적으로는 보통 중국의 동북3성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러시아의 시베리아 일부 (Primorskii Krai, Khabarovsk, Amour, Sakhalin, Magadan, Kamchaka, Yakut), 그리고 일본, 한국, 북한, 몽고를 포함하는 지대로 알려져 있고 때로는 대만을 포함해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이 지역 안에 있거나 또는 영토 일부가 이 지역에 위치하는 모든 나라를 동북아 국가로 볼 수 있다.  

동북아는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 이후 일본 대 중국의 청-일 전쟁(1894-95), 일본 대 러시아의 로-일 전쟁(1904), 일본 대 중국의 중일 전쟁 (1937), 중국, 러시아, 미국이 연합하여 일본을 패배 시킨 태평양 전쟁 (1941-45)이 있었고, 이러한 일본의 무모한 침략주의의 와중에서 한국은 1910년에 국권을 잃고 말았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한국은 국권을 회복했지만 우리 영토는 4강 사이의 흥정의 대상이 되어 국토 분단이라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1980년대의 공산체제의 붕괴, 동서 냉전의 종식을 계기로 하여 지금은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세력 균형과 평화구도가 모색되고 있기는 하나 한반도의 통일은 아직도 그 전망이 묘연한 상태에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는 이들 4강의 향배가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이 복잡한 지정학적 관계가 동북아지역의 경제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 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그러한 정치적 장벽이 허물어져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기야 아직도 정치적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경분리로 경제관계를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현실주의가 20세기 후반기의 일반적 추세이다.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 그리고 중국과 대만사이의 경제 교류의 확대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경제관계의 확대에 따라 정치적 대립관계가 상호의존의 관계로 바꾸어지고 그를 통하여 정치적 대립관계가 완화 내지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한.일 관계의 변화가 그 실례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동북아를 새로운 눈으로 볼 때가 왔다. 

동북아는 무한한 경제발전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먼저 중국 동해안, 일본 및 한국으로 구성되는 지역은 고도의 산업화가 이루어졌고 북미주, EU와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의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 즉 중국의 서부 오지, 몽고, 북한 및 극동 러시아는 아직 舊 공산주의 경제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시아의 최후의 경제적 邊境(frontier)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격차는 상호 보완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일본, 대만, 한국의 자본 및 기술과 여타 지역의 풍부한 인력, 자연 자원을 결합하여 생산으로 연결하면 이 지역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동북아 지역은 자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는 유전과 천연가스, 석탄 등의 에너지 자원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동, 주석, 텅스텐, 연, 금, 은, 백금, 다이아몬드, 철광석 등, 무려 70여 개 종류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시베리아에는 풍부한 산림과 맑은 수자원이 있고 베링해와 오호츠크해는 세계 최대의 어장이다.  

몽고에는 초원과 축산, 맑은 수자원, 그리고 동, 석탄, 형석, 가연성 석판, 철, 아연 등의 광물자원이 산재해 있다. 

북한에는 마그네사이트의 풍부한 매장량이 이미 미국의 투자를 이끌었고 철강, 석탄, 흑연, 아연, 텅스텐, 모리부덴, 니켈, 알루미늄 등의 희귀한 광물자원이 적지 않게 매장되어 있다.  

또한 동북부에 풍부한, 산림자원, 그리고 석탄, 철광석, 합금속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다도 12억의 인구가 가장 자원이다. 중국은 이미 GDP 크기로는 세계 6 (1997) 점하고 있는데 거대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을 계속 할 때 주변국가는 물론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가히 헤아리기 어렵다.  

동북아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무엇다도 다양한 자원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교통, 통신시설의 확충이 기본 과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 하자면 아무래도 외국의 자본과 기술 도입이 불가결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동북아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특히 교통의 측면을 보면 한반도는 해운, 육운, 항공에 있어서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해운에 있어서는 일본의 주요 항만은 일본 동해안에 위치해 있어서 중국으로 가자면 현해탄으로 우회 하던가, 아니면 서해안의 소항인 니이가다(新瀉), 쓰루가(津賀)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부산, 군산, 인천, 울산, 포항 등의 항구는 세계 각 지역에서 중국 동북부 및 시베리아로 왕래하는 선박의 중계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육운에 관하여는 1999년 3월 16일 ESCAP 지역경제협력위원회가 한반도, 중국, 몽고,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동북아 횡단철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합의 한 바 있고, 같은 시기에 개최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Asian Highway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만약 이 사업이 완성되면 한국이 아시아와 유럽을 해운과 육운으로 연결하는 요충지(要衝地)가 될 것인데 여기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항공에 있어서는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건설 중에 있는 인천공항은 일본의 간사이( 關西) 공항보다 7배나 넓고 비용면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종 software를 완전히 구비한다면 동북아 최대의 공항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주변 국가들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리고 동북아와 여타 지역과의 경제 교류가 확대 할수록, 한국의 경제적 역할은 무역, 운송, 산업 각면에서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중국, 러시아, 몽고 및 북한의 경제발전이 촉진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앞으로 동북아의 경제가 활기를 띄우는 가운데 한국이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 나가는 것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개척하는 지름 길이다.   

동북아개발은행의 구상 

동북아 지역의 경제 개발과 역내 국가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지역내에 교통 및 통신의 network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동북아 경제포럼] (회장 조이제)은 일찍부터 이 문제에 착안하여 동북아의 교통, 통신 분야의 지역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고, 각국 전문가들 사이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에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그를 위해 필요한 내자와 외자를 어떻게 조달 하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1990년에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자고 제안한 일이 있다. 다행히 1991년 전기 [동북아경제포럼] 天津 회의에서 필자가 그 제안을 설명한 강연이 계기가 되어 동 제안은 전기 포럼의 고정 의제로 채택되어 매년 년차 회의 때마다 토론을 계속해 왔다. 최근에 필자는 지금까지의 필자를 포함한 여러 논자들의 토론내용을 정리하여 “왜 동북아개발은행이 필요한가?”라는 해설 논문을 써서 필자의 홈 페이지 (http://www.dwnam.pe.kr) 에 실어 놓았다. 전문을 보고자 하는 독자는 위의 논문의 하이퍼링크를 클릭하고, 다만 논문의 주요 부분 만을 보고자 하는 독자는 이하의 발취 부분을 보기 바란다.  

동북아개발은행이 필요한 이유 

먼저 왜 동북아개발은행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열 한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1. 전술 한 바와 같이 동북아 지역의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은 도로, 항만, 공항 등의 교통시설, 전신, 전화 등의 통신시설, 교육, 문화, 복지 등에 관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것인데 이에는 막대한 내자와 외자를 필요로 한다. East-West Center의 한 연구에 의하면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참고로 할 때 동북아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구축에는 매년 약 $75억이 소요되나, 현재의 선진국 원조, 국제금융기관 (IBRD 및 ADB), 각종 민간 투자 및 상업금융 등으로 조달 할 수 있는 모든 자금원을 최대한으로 추정해 보아도 약 $25억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자금 원을 창출해야 동북아의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경제발전이 촉진될 수 있다. 이러한 숫자적 추정이 아니더라도 동북아에는 중국, 시베리아와 같은 거대한 개도국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현존 IBRD와 ADB의 재력만으로 동북아의 막대한 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는 투자할 곳을 찾는 다양한 재원이 있다. 문제는 그 자금을 동북아로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2. 특히 한국의 경우 앞으로 남.북간의 경제 협력, 또는 경제적 통합이 진전되면 남한이 북한의 경제개발 비용의 큰 부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충분한 재력이 없다. 만약 동북아개발은행이 창설되면 한국의 부담을 국제금융계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남북의 경제적 통합에 대비하여 NEADB의 필요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 동북아 국가간의 경제적 통합은 시대적 요청인데 그를 위하여는 교통(육운, 해운, 항공) 및 통신수단의 networking과 같은 다국간 협력이 필요한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국간 협력사업은 다국간 지역개발은행을 매개로 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UNDP가 중국, 러시아, 북한을 포함하는 국제 협력 사업으로 시작한 두만강 유역 개발사업이 3국간의 의견 차이로 지지 부진한 이유는 이 사업을 자금면에서 통괄 조정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동북아 개발은행이 있었더라면 이 사업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4. 동북아개발은행은 비단 금융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역내 국가들의 경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개별 국가의 경제 문제와 경제정책을 분석하여 지역 국가간의 상호이해 증진과 협력관계를 증진하는 데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와 계몽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IBRD, ADB 등의 실적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북아에는 시장경제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중국, 러시아, 몽고와 북한이 있으므로 개발은행은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통하여 시장경제의 운용 원리, 경영 방식, 제도, 관행 등을 이들 국가에게 전수(傳授) 할 수 있고 다른 한편 이들 국가가 당면한 문제들을 연구, 검토하여 선진국들의 이해와 지원을 유도 할 수도 있다. 이들 사회주의 국가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세계경제질서에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동북아의 OECD 국가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5. 일본, 중국, 한국을 포함하는 동북아지역은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고, 북미주와 EU와 함께 세계경제의 3대축의 하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는 지역적 경제협력체제가 전무한 상태이다. 1989년에 발족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0 개국 및 대만을 포용하는 국제적 협력 기구로 등장했지만 경제 규모, 경제 발전단계,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나라들의 협의체이기 때문에 지역 문제 해결의 실적이 거의 없다. 반면에 APEC 역내에는 NAFTA, ANZCER (Australia-New Zealand Closer Economic Relations Trade Agreement) ASEAN등의 하위(下位) 지역 협력체가 보다 활발하게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동북아 국가들 만이 지역협력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동북아 국가들이 지역 협력체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주로 정치적 장벽과 국제적 협력에 익숙하지 못한 경험 부족에서 오는 것인데, 이제 이러한 상태를 체념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역협력체를 모색할 때가 왔다. 우선 가장 손쉽게 시작 할 수 있고 효과가 큰 지역협력체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6.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역내 역외에서 동북아의 위상을 높일 것이고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일본은 ADB를 창설하고 동 은행의 총재직을 독점하여 지도적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 일본에서 Asian Monetary Fund의 구상을 발표하였다가 서방국가의 냉대를 받은 바 있거니와 먼저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여 역내 교역에 yen화가 결제 통화로 사용되는 범위를 넓혀 갈 때 Asian Monetary Fund가 현실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7. 동북아개발은행은 참가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고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지 아니 한다.
  1. 먼저 역내의 개도국들은 출자액의 몇 배 혹은 몇 십 배에 해당하는 융자를 받을 수 있고 개발은행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무료로 받을 수 있다.
  2. 선진권의 출자국들은 융자는 받지 않지만 개발은행 자금으로 시행 되는 각종 사업에 필요한 물자와 용역 조달에 있어서 우선권을 요구할 수 있고 은행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통하여 투자, 교역, 시장 관리 등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 할 수 있다.
  3. 궁극적으로 이 지역은 각종 천연자원--광물, 에너지, 용수, 산림, 농작물, 토지, 노동력 등--의 寶庫이니 자원이 빈약한 일본과 한국은 이 지역의 사회간접 자본 확충에서 얻는 이익은 출자액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이점에 관련하여 일본의 전 外相 (현 중의원 의원) 中山太郞씨는1998년 일본 요나고 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통하여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제창하고 그를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4. 동북아지역이 개발 됨에 따라 다양한 자본재와 용역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니 역내, 외의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수출과 투자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제2위의 수출시장이 되고 있다.   
  1. 동북아개발은행에서 참가국이 얻는 이익에 비하여 참가국이 부담하는 현금 출자액은 그다지 크지가 않다. 참고로 ADB의 경우를 보면 총 현금납입자본금은 총 청약자본금의 7%에 불과하다. 이점은 나중에 좀 더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2.  선진국이 역내 개도국 경제개발에 참여함에 있어서 쌍무적 접근보다 다자간 접근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국제거래에 투명성이 요구 되는데, 선진국이 쌍무적인 방법으로 이권을 추구하면 경제적 침략 또는 지배라는 오해를 받기가 쉽고 국제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동북아개발은행은 참가국간의 정보 교환과 다자간 협의를 통해 그러한 위험성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3. 동북아개발은행은 최근에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경험한 바와 같은 금융파탄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 간접자본을 건설하는 장기 투자에 단기 금융을 이용한다든가, 은행 및 기업경영에 투명성이 없다든가, 국제적 표준에 맞지 않는 회계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든가 하는 등, 동북아 공통적 약점을 해소함에 있어서 동북아개발은행은 IMF, IBRD, ADB와 긴밀한 협조하에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4. 끝으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상기한 경제적 효과를 통하여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역내 국가들은 동북아개발은행에 이사와 직원을 파견하고 그를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고 서로 협력하는 태도를 배우게 될 것이다. 국가간의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해 나가면 정치적 대립관계가 완화 내지 해소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주요 국에 관련된 정치적 의의 

  1. 일본은 동북아 국가 들에 대한 만성적 무역흑자의 일부를 동북아개발은행을 통하여 이 지역 발전에 기여케 하면, 그것은 이 지역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부채를 보상하는 의미를 가지게 될 뿐 아니라, 쌍무적 방식보다 다자간 협력의 방식으로 이 지역 경제 개발에 기여 함으로서 이 지역 및 세계에 있어서의 지도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2. 미국은 역외국가로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참가하는 것이 긴요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북아에 있어서 세력 균형을 위한 하나의 대항세력(Countervailing Power)으로서 세계평화와 지역 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동북아의 지정학적 의미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미국은 여전히 균형화 세력으로 존속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외교정책은 이른바 Policy of Engagement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북한이 군사적 모험을 포기한다면 미국, 일본을 비롯한 OECD국가들의 경제원조를 통하여 평양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함축을 지니고 있다.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이 목적과 완전히 부합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한편 경제면에 있어서 미국은 동북아 지역의 시장과 경제발전에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동북아개발은행에 참가 함으로서 이 지역에 하나의 제도적 거점을 얻게 되는 것이다.  
  3. 중국은 동북아개발은행의 주요 채무자가 되겠지만 그 거대한 경제 규모는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함에 있어서 중국의 태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동북아개발은행은 동북아의 주요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미국이 참가하게 되므로 그를 통하여 이들 4강사이의 상호 협력의 기운(氣運)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이들 4강의 향배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 4강과의 외교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한국의 까다로운 과제인데 동북아개발은행을 통하여 4강 사이의 경제관계가 밀접해지고 협력의 기운이 조성되면 우리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자국 부담은 얼마나 되나? 

  1. 동북아개발은행을 세운 다면 참가국에게 출자 부담이 돌아가는데 일본, 한국, 중국 등의 부담이 얼마나 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ome page에서 볼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결론만 요약하기로 한다. ADB의 선례와 기준을 따른다면 수권자본은 $400억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 정도면 동북아는 ADB와 버금가는 은행을 가질 수 있다. 수권자본 범위 내에서 참가국들이 주식을 청약하게 되는데 청약을 하면 참가국의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ADB 및 기타 지역개발은행의 선례를 보면 은행 설립 시에는 청약자본의 50%는 현금으로 납입하되 나머지 50%는 주식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Callable Capital로 지정한다.  
  2. 다시 말하면 Callable Capital은 은행이 불측의 사태로 차입금 상황이 어려워 질 때 납입을 요구하는 자본금으로서 현금으로 납입하지는 않지만 주권국가가 은행의 채무이행을 완전히 보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존의 모든 개발 은행은 이러한 Callable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금 까지 한번도 call 조항을 발동한 일이 없다. 그리고 현금(국제통화)으로 납부하는 납입자본의 경우에는 5년 분할 납입으로 되어 있다. 특기할 것은 창업 당시에는 납입자본금과 Callable capital의 비율을 50% 대 50%으로 하였으나 창업 이후 수차의 증자(增資)의 경우에는 Board of Governors의 결의에 따라 납입자본 비율을 5-10% 정도로 하향 조정했고 심지어 증자 전액을 Callable Capital로 지정한 경우도 있다. 그 결과 1999년 9월 말 현재 ADB의 재무제표를 보면, 수권자본 $484억, 청약자본이 $478억인데 대하여 Callable 자본이 $445억 이고 납입자본은 $33억 (청약 자본금의 7%)에 불과하다.  
  3. ADB의 선례에 따라 출자국을 역내국에 한정하지 않고 역외국 (미국 등의)도 출자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납입자금 총액을 $200억 (납입자본=청약자금의 50%)으로 하고 역내, 역외의 배분 비율을 6대4로 (ADB와 비슷함) 한다면 역내국가의 출자부담은 $120억으로 줄어든다. 이 금액을 역내 각국에 배정하여 5년 분할로 납입하게 되는데, 몇몇 나라의 년간 부담을 추정해 보면 일본이 약 $10억 내외, 중국과 한국은 $3-4억 정도가 될 것이다. ADB의 경우 미국은 일본과 동일한 출자비율을 유지해 왔는데 그 선례를 따른다면 미국의 부담도 5년 동안 매년 $10억 내외가 될 것이다.  
  4. ADB는 개점이후 오늘까지 $33억의 현금자본을 밑천으로 하여 그의 25배가 되는 $871억의 재원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했다. 요컨대 ADB는 그 자본력이 아니라 역내 주권국가의 공신력을 (Callable Capital이라는 형식의)을 지렛대로 하여 그만한 재원을 조달하여 역내 개도국에게 공급한 것이다. 이점이 바로 개발은행이 민간 상업금융과 다른 점이다. 불과 $33억의 불입자본금으로 그만한 자금을 동원 한다는 것은 민간은행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 바로 이 점이 NEADB가 필요하다는 또 하나의 유력한 이유가 된다. 

반론의 검토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안에 대하여 일부의 반론이 없지 않았다. ADB가 반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반론의 요지와 그에 대한 답변만을 인용기로 한다. 

문-북한을 제외하고 모든 역내국이 이미 IBRD, ADB, EBRD의 멤버로 되어 있는데 NEADB (동북아개발은행)를 설립할 필요가 있는가? 

  1.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개발은행의 여신능력만으로 동북아의 사회자본 구축 및 경제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자금수요를 충족 시킬 방도가 없다. 그것은 동북아에 중국, 러시아와 같은 거대한 개도국이 위치하고 있다는 특수성에 기인하다. 예컨대 현재 중국이 ADB 대출 액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러한 편중융자에는 정치적 한계가 있고 따라서 중국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몽고와 북한은 세계경제의 사각 지대로 남아있고 시베리아의 풍부한 에너지자원 개발도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는 투자처를 찾는 다양한 재원이 있으나 그것을 동북아로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2.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IBRD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 4개의 개발은행 (ADB, EBRD, IDB, AfDB)이 설립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역적 특수성과 특수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지역적 특수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국토의 극대와 극소가 공존하고 있고, 중국, 러시아, 몽고, 북한이 체제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고, 광활한 지역에 산재한 천연 자원을 교통망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거의 쓸모가 없는 상태에 있다. 한편으로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나 인종적 친근성과 비교적 공통된 문화적 배경 (한자 문화권)하에서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고무적 측면도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에 적응하기 위하여 그에 적합한 개발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  
  3. 중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지방, 그리고 몽고, 북한 (ADB에 조차 가입되고 있지 않다)은 기존 개발은행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지대이다. 동북아개발은행은 이 지역에 금융자금을 주입 함으로서 이 지역 개발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다.  

문: ADB에 특별기금을 두어 동북아지역 협력 사업을 지원하면, 업무의 중복,경험의 부족, 그리고 개도국의 자금 소화능력의 한계에서 오는 낭비를 회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질문은 ADB에서 나온 것이다.)  

  1. 그럴 듯한 말이나 지정학적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 동북아의 자금 수요가 그리 크지 않다면 몇몇 국가의 출연에 의존하는 특별기금을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는 ADB와 버금가는 금융기능을 창조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기금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2. ADB에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기금을 설치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반대하거나 혹은 동일한 기금의 설치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3. 특별기금의 결점은 승수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특별기금을 받아서 어떤 나라에 융자하면 그뿐이고 금융시장에서 수십 배의 자금을 조달 하는 자본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매년 수억에 특별기금을 기탁하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4. 업무의 중복이 문제된다 하지만 그러면 세계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4개의 지역개발은행이 생겼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래 금융이란 국내 혹은 국제적인 독점에 적합하지 않은 산업이다.  
  5. 개도국의 자금 흡수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모든 개발은행의 공통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개발은행은 투자 사업의 타당성 조사 방법, 관리 방식, 그리고 경제운영 방식에 관한 교육과 훈련 등 다각적인 기술원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동북아 국가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6. 우리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비단 금융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지정학적 함축을 중요시한다.  

누가 Initiative를 취할 것인가 ? 

    현존 4개의 지역 개발은행은 세계 정세 변화와 그 지역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하여 정치인, 정상회담, UN 기구 등이 initiative를 취하였고 각국 정부가 추진 주체가 되었다. [동북아 경제포럼]에서는 아래와 같은 의견이 오고 갔다.  

  1. UNDP는 이미 두만강 유역 개발사업 (중국, 러시아 북한의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는 만큼 UNDP가 Initiative를 취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의 UNDP는 그럴 만한 지도력이 없는 것 같다.  
  2. 만약 중국, 한국, 일본의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미국도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동의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3. 만약 한국이 미국에 대하여 북한에 대한 공조적 외교정책 (한국의 Sunshine Policy 와 미국의 Engagement Policy)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리고 미국의 동북아에 있어서의 경제적 권익을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이 필요함을 설득하여 호의적 반응을 얻어 낼 수 있다면 일본은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4. 중국과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국 관건은 미국과 일본이 쥐고 있고, 관계국 정치 지도자들의 식견과 용기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맺음 말  

[동북아경제포럼]에 있어서는 우리 제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보다는 긍정적 반응이 절대로 우세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 요로와 각국 국제금융기관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있다. 우리는 동북아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한국의 지속적 성장과 지정학적 위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하여, 북한의 경제개발과 개혁을 촉진하기 위하여, 그리고 동북아 지역협력의 첫 걸음으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감히 우리 정치 지도자들과 식자들의 일고(一考)를 청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