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논문

한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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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12일 중앙일보 9면 게재. 


 

세계경제의 판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보화, 세계화의 추세 하에서 국경을 초월한 경제 활동과 경쟁이 확대되고 있고, 다국적 기업들은 경영자원을 세계적으로 배치하여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가격, 품질, 상품개발에 있어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추세 하에서 국제 분업의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선진국은 금융과 기술 분야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고 개도국은 선진국 혹은 중진국으로부터 노동 집약적인 생산을 이어 받아 고속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과 같은 중진국은 한편으로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겹고, 다른 한편 개도국의 추월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중국 장춘 (長春)을 다녀온 일이 있다. 수년 전에 갔을 때와 너무나 달라 져서 중국의 발전속도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어느 자동차 부품공장에 안내되어 그 회사 사장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근로자임금은  모든 간접 급여를 포함해서 월 평균200 달라 정도이고, 공장부지는 정부로부터 50년간 임대를 받고  공업단지 부대 비용을 포함해서 년간 1평방 미터 당 33달러 (평당 약 13만원) 의 임대료를  낸다고 한다. 공업단지의 면적은 엄청나게 광대하고 넓은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토지가 국유이니  공공 시설을  건설하는 데에  지가 보상, 지가 상승, 토지 투기 따위의 문제가  없고 주민들의 반대도 있을 수 없다.

장차  우리 제조업이 어떻게 될까--마음이 무거워 졌다. 하기야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실사구시]의 스타일로 진통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장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여러 연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앞으로 10년 내지 20년 내에 미국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분명히 중국은 공업 제품의 세계적 생산기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  상식적인 대답으로는 제조업 상품을 고급화, 차별화하고 과학 기술 개발에 국운을 거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밖에  또 하나의 살 길이 있다. 그것은 각종  서비스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라 하면 누구나 관광 사업을 연상하지만 그밖에도 허다한 서비스 업종이 있고, 제조업 내에서 조차  서비스 부분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해 가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물류 서비스 분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을 동북아 물류  센터로 만들어가면 우리의  살길이 트인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앞으로 13억 인구의 중국경제가 계속  발전하면 엄청난 물량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인데  누가 그 운송과 물류  기능을 담당할 것인가. 다행히 한국은 동북아 물류 중심지가 될만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전 세계 및 東北亞 지역 내의 모든 공항 및 항만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동북아에는 아직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물류센터가 없고, 중국의 大連, 天津, 靑島 등의 항구가 있기는 하나 우리의 부산, 광양만에 비하면 수심이 낮고 다른 조건도 우리보다 못하다. 특히 항만과 대규모 국제공항이 연계되어  있는 곳은 인천 뿐이다. 이미 인천공항은 동북아 최대의 공항으로 자리잡았고 [대한한공]의 화물 적재량은 세계 제 2위,  부산항은 컨테이너 적재량은 세계 2-3위를 다투고 있는데 이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비단 중국 만이 아니라 시베리아의 잠재력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석유 공급을 영원히 중동에만 의존 할 수  없는 터인데 다행히 시베리아에는 무진장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이미 [동북아경제포럼]에서는  시베리아, 만주, 한반도, 일본을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토의한 일이 있고, 오는 10월 알래스카에서도  동북아의 에너지 문제가  논의 될 예정이다.  한편  한반도의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되면 그  또한 한반도를  물류 중심지로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물류라 하면 운송의 대명사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현대의 이른바 로지스틱 센터 (logistic center) 의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  해운, 공항, 육운의 중심지에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경제활동이 전개되고 거기에서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이  창출된다. 네덜란드의 롯테르담, 스키폴 공항,  독일의 함부르크,  벨기에의 앙투압.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 홍콩 등이 대표적인 물류 센터인데 여기에는 운송 회사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상품의 생산, 유통, 재고, 정보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예컨대 네덜란드에는 65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 있다. 기업들이 물류센터로 모여드는 이유는 첫째로 비용이 절감되어 경쟁력이 높아지고. 둘째로 사업하는 데에 모든 것이 편리하고, 셋째로 기분 좋게 살수 있는 생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될 수 있는가? 필자가 관계하는 하와이의 [동북아경제 포럼-의장 조이제]와 [교통 개발 연구원]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연구해 왔다.  한편 동북아의 경제발전과 한국의 물류센터 건설에 관심을 갖는 각계의 유지들은 [동아시아 경제연구원] 내에  [동북아 경제포럼 한국위원회]를  설치하고  상기 연구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리고 한국위원회  몇몇 위원들은  금년 6-7월에 상기 유럽 물류센터와 동남아 싱가포르, 홍콩  등을  시찰하고 관계기관을 방문하여 설명을 듣고  많은 자료를 수집해 왔다.

위원회는 지난  8월 하와이에 다시 모여 현지  답사결과를 분석하여  외국 물류센터의 성공 조건을 도출하고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 보았다.  우리가 얻은 잠정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다.  

즉 외국 물류센터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1) 해운, 항공, 육운이 연계되어 있다. (2) 배후에  생산 또는 소비기지가 있다. (3) 매우 효율적인  수송, 유통, 창고 등 물류 관련 시설과 서비스가  완비되어 있다. (4) 정부의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기업환경이 매우 좋다.  (5) 민간단체가 앞장 서고, 정부가 지원하거나 아니면 정부 주도로 물류센터를 개발해 왔다. (6) 물류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과감한 선행 투자를 했다. (7)  정부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물류 전문회사를 육성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전략적으로 양성해 왔다. (8) 복수의 외국어 사용 능력을 가진 양질의 전문 인력을 지속적, 계획적으로 양성해 왔다. (9)  노사분쟁이 거의 없는 산업평화가 유지되어 왔다. (10) 정부정책은 시장 친화적이고 (11) 정치적 안정이 있으며, (12) 국가생존 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두터웠다.

이에 비하여 우리는 유리한 지리적 여건에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약점을 지니고 있다. (1) 취약한 물류 기반시설과 높은 물류비용 (2) 행정규제 및 절차의 복잡성과 불투명성  (3) 높은 임금과 강성노조 (4) 고 지가와 높은 사무실 임대료 (5) 입시교육에 눌린 도의교육과 전문교육의 부실 (6) 외국인의 생활환경 불량 (7) 외국인에 대한 비우호성(서울에는 차이나 타운이 없고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식  집을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약점은 이 나라의 국가경영 전반에 관계되는  문제이지만 그것들을 극복하면서 한반도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비단 우리의 선택이기에 앞서 세계경제와 동북아 경제정세의 변화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필연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21세기 한국경제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우선  釜山, 光陽灣  인천 등  주요항구의  물류시설을 확충하고 싱가포르,  홍콩과  버금가는 서비스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한편 仁川國際空港과 배후지역을 연결하는 국제물류단지 건설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 지역은 공한, 항만, 육운이 연계되어 있고 배후에 광대한 가용 토지가  있다.  이 지역은  앞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유럽, 북미 기업 들이 물류센터를 건립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생각된다. 釜山, 光陽灣은 중량 화물, 永宗島 지역은 경량 고부가가치 상품의 물류센터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영종도 지역을 자유무역 특구로 설정한다.  부언하건대 인접 국가들도 제각기 물류센터 건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절대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재원 염출이 문제인데  해결책은 먼저 국가경영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장기 재정계획을 세워야 한다.우리나라의 담세율(19.4%)은 OECD 국가 중에서 최저인데 이것으로  선진적 복지정책을 추구하면서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둘째로 물류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인천 공항지역을 명실상부한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하면 민간자본 유치는 어렵지 않다. 끝으로 필자가 제창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되면 자원 조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한국위원회의 잠정 결론을 재확인하고 그를 보완하기 위하여 오는 13-15일간 중앙일보의 후원으로 무역센터 아셈  회의장에서 [동북아 물류센터 건설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는 국내외 저명한 전문가들이 한국이 동북아 물류중심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분석하고,  외국의 경험과 우리의 전략을 토의할 것이다. 이 회의를 통해 어떠한 정책적 결론을 얻게 되면 그것을 정부와 각 정당 및 관계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