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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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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5월 23일 [서강포럼], 그리고 6월 8일 [한국발전연구원] 에서 이 원고에 따라 연설을 했다. 


 

<중국과의 경쟁>  필자는 최근에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하여 중국의 심양(瀋陽)과 장춘(長春)에 다녀 왔다. 장춘은 만주의 내륙이지만 7-8년 전에 갔을 때와 너무나 달라져서 중국의 경제 발전속도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국자의 안내로 경제특구를 돌아 보았는데 그 광대한 특구내 공장들이 모두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었고 70년대의 우리나라 공업지대를 연상케 했다. 어느 자동차 부품공장을 시찰할 때에 얻은 정보인데,  공원들의 평균임금은 모든 간접비를 포함해서 월 250 내지 300 달러 이고, 공장용지는 정부로부터 30년 기한으로 임대를 받고 1평방 미터 당 연간 약 33 달러 (1평당 약 $9= 약10000원)의  임대료를 내면 된다고 한다. 토지는 국가 소유이니까, 공장부지, 도로, 학교 등,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데에 토지보상비와 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토지의 용도 배정도 정부가 결정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기업에 대한 사회간접 시설 건설 비용의 전가가 매우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무슨 수로 이러한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가? 이것이 경제특구를 돌아 본 일행들의 한결 같은 질문이었는데  필자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생각한다.

<틈새를 찾자>  첫째로 중국의 경제가 커지고 다양해지면 우리가 끼어 들 틈새는 얼마던지 있다는 생각이다. 만약 중국이 앞으로 년간 7-8%의 경제서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10년 내의 세계 제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필자는 이 전망이 중국경제의 약점을 무시한  과대평가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앞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속도가 동북아의 다른 나라에 비하여 빠를 것만은 사실이다.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 다양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게 마련인데 모든 새로운 수요를 국내 생산만으로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은 이미 우리 수출의 제3 시장으로 부상하였고 멀지않아 제2의 수출시장이 될 것이다.(2000년 대일 수출은 $204억, 대중 수출은 $184억) 60년대에 우리가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 우리가 무슨 수로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느냐고 비관론을 주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제2의 수출 시장이 되었고, 섬유, 전자제품, 선박, 제철, 반도체 등 다양한 품목에 있어서 일본과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요는 우리나라 제품을 기술, 디자인, 품질면에서 차별화하여 가격 경쟁의 불리 점을 상쇄하는 것이다. 각종 제조업에 IT 기술을 접목시키고 고 중국의 시장을 면밀히 조사하여 그들의 취향과 needs를 발견하면 사업 기회는 얼마던지 있을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 둘째로 그러나 앞으로 중국이 세계시장을 위한 공업제품의 생산기지가 되면 일반적으로 우리 제조업이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먼저 서비스 산업을 다시 보아야 한다. 서비스 산업이라 하면 제3차 산업이라 하여 중요성이 적은 산업처럼 보아온 것이 사실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서비스 산업에는 유흥, 관광등 소비적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금융, 운송, 컴퓨터 소프트웨어 같은 중요한 첨단산업이 포함되어 있고 앞으로는 손. 발 보다 두뇌를 사용하는 산업이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셋째로 우리가 서비스산업을 중요시 해야 할 특별한 지정학적 이유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점에 위치해 있어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이 영업을 개시하여 동북아 항공의 중심점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  해운에 있어서도 부산, 광양만, 인천항 등이 세계 각지로부터 동북아로 오고 가는 선박의 기항지와 화물 수송의 중계지가 될 것이다. 육운에 있어서는 경의선과 시베리아 철도를 연결하면 일본 및 한반도와 유럽사이의 철도수송이 가능해 지고 수송비와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시베리아의 무진장의 천연가스를 이용하자면 시베리아, 만주, 한반도, 일본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의 건설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들자면 hardware ( 공항, 항만, 철도)뿐만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software의 기능, 즉 서비스의 기능이 완벽해야 하다. 한국은 싱가폴, 홍콩, 상해, 간사이 공항 등과 경쟁해야 되는데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software의 질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이 물류에 중심지가 되면 그로부터 어려가지 연관 산업이 파생하게 된다. 인천-서울 지역을 물류 뿐만 아니라 금융, 디지털 서비스, 관광 등의 중심지로 만들 수 있고 거기에서 막대한 소득과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 중국과 같은 경제 대국 사이에 위치하는 한국이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 큰 몫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것은 동북아 전체의 경제성장과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1990년 이래 동북아 지역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적 모임에 참가해 왔고 구체적 협력방안의 하나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주장해 왔다, 하와이 동서문화 센터에 사무국을 두고 있고 조이제 박사가 경영, 주도하고 필자가 지원하는 동북아경제포럼은 지난 10년간 매년 각 분야의 전문가회의를 개최하여 동북아의 항공, 해운, 육운을 통합한 물류시스템과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그리고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방안을 논의해 왔다. 논의가 거듭 될수록 한국이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하면 21세기에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 재계의 협찬으로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가 설립되었는데 앞으로 개발 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다.

<두뇌산업을 일으켜야> 넷째로 우리가 살길은 두뇌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앞에서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그것은 자본이나 노동 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기능. 지식, 도덕과 같은 무형 자산이 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비근한 예로 손님에게 친절히 하고, 정직하고, 주변을 깨끗이 하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서비스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삼성경제 연구소는 21세기에 한국을 먹여 살릴  10대 산업으로 디지털 가전, 콘텐츠, 전자 상거래, 정보 통신,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정밀부품, 섬유, 바이오를 들고 있다. 한편 1990년  일본의 통상성이 작성한 21세기 초에 급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의  리스트에는 Micro-electronics, Bio- technology, 신소재, 통신, 민간용 항공기, 공작기계, Robot, Computer( hardware and software)등이 열거 되고 있는데 이것들은 우리의 전략 산업을 포함하고 있고 모두가 두뇌산업들이다.

두뇌산업만으로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있다. 미국이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국경제의 약점이 아니냐 하는 질문도 있다. 물론 인간 생활에 있어서 제조업의 주요성이 적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물건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 시키는 서비스를 생산함에 있어서 물적 자본보다 두뇌를 사용하는 인적 자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종래에는 천연자원과 자본이 풍부하면 부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한 나라에 주어진 부존자원의 종류에 따라, 자원 집약형,  자본 집약형 또는 노동 집약형 등으로 생산을 특화하는 것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조건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이론은 타당성을 잃고 있다. 왜냐하면 자원이 없더라도 수입을 해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얼마던지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에는 철광석과 석탄 자원이  없지만 외국에서 그를 수입하여 경쟁력이 우수한 철강을 만들어 내고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기술적 발달에 따라 공업제품, 예컨대 자동차나 교량 건설에  필요한 철강의 양은 크게 줄어들었고 다른  한편으로 수송수단의 발달에 따라 수송의 거리는 별로 문제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1970년 중반에서 1990년 중반에 이르는 동안, 인플레 효과를 조정하면 천연자원 가격은 약 60% 하락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자본에 있어서도 자본이 풍부한 나라만이 대형투자를 할 수 있은 시대는 지나 갔다. 지금은 뉴욕, 런던, 싱가폴, 동경의 자본시장에서 누구든지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후진국도 자본 집약적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자본력과 노동력을 명확히 구별한다는 것도  어렵게 되었고 자본집약적 혹은 노동집약적이라는 말도 의미를 잃게 되었다. 물적 자본을 만들어 내는 투자가 동시에 지식 또는 기능이라는 인적 자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직 노동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여 자본과 생산이 노동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나, 반대로 노동이 자본, 기술이 풍부한 나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에는 100만명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외국근로자가 입국하여 일하고 있다.

위와 같은 변화는 기술 발달과 함께 국경의 장벽이 적어지고 물적. 인적 자원의 이동이 자유화되는 조건 하에서만 이루어 진다. 그러므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국제화와 무역의 자유화가 유리한 조건이 된다.

이제 경쟁의 무기가 되는 것은 토지나 자본이 아니라 오직 지식과 기능 그리고 생활 환경 뿐이다. 그래서 과학 기술 개발, 교육, 사회간접 시설에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오늘의 세계적 추세이다. 참고로 미국은 연구개발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01년 에는 전체예산의 30%에 달하는 854억불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바이오.환경 등 3대 미래산업에서 2010년 까지 미국을 추월한다는 목표 하에 민.관 합동으로 [밀레니엄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2000년의 예산 규모는 1,206억엔 에 달한다. 유롭 정부는 장래 유망한 기술을 선택하여 JESSI (반도체 진흥계획), ESPIRIT(구주 정보기술 개발전략) EUREKA(구주첨단기술 공동체 개발)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차 Framework Program(1998-2002년)을 위해 163억유로(Euro)를 투입하고 있다. 이리하여 때는 바야흐로 두뇌의 경쟁, 기술의 경쟁, 결국은 인간성의 경쟁의 시대가 되고 있다.
      <과학 기술 개발이 시급한데… >  과학 기술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현황과 2025년 까지의 장기목표는 하표와 같다.   

 

2000년

2025년

 과학기술 경쟁력

28위

7위

 정보화 지수

22위

5위

 경제성장 기여도

19%

30%

 기술교역 지수

0.07

1 이상

 연구개발 투자

128억 달러

800억 달러

 연구개발 인력

138천명

314천명

    * 출처: 과학 기술부  

이러한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국가예산을 현재(2000년) 의 전체예산의 4.1%에서 5% 수준으로 확대하고 3차의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2025년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매우 야심적인 계획이라 생각되는데 약간의 사견을 피력한다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우선순위를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대학에 배정한  자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연구성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민간부문의 기술 개발이 소홀이 다루어 진 것 같다. 기업의 R&D를 촉진하는 지원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부는 단기적인 수지타산을 초월하는 연구과제에 도전하여 산,학,정의 역할 분담과 상호연계가 보장되는 총체적 시스템의 창출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과학 기술계에 위기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 기술의  핵심일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 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반도체 비메모리, 통신기기, 정보기술 분야에서 외자계 기업으로 전직하고 해외로 이민 가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 국내에는 두뇌사냥(head hunter) 회사가  100개가 넘고, 2001년 전문직 취업 비자(H-1B)를 받아 미국에 이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8,0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며,  미국은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량을 2000년 11만 5천명에서 최근 19만 5천명으로 대폭 확대하였다 한다. KK컨설팅의 말에 의하면 주요 대기업에서 해외로 빠져 나간 기술인력이 2000년에는  200~300명 정도였으나  2001년에는 최소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표본조사에 응답한 출국 동기로는 (1) 경력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얻기 위하여, (2)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하여, (3) 높은 보수와 인정 받는 기회를 추구하기 위하여 (4) 회사일과 개인 생활을  조화시키기 위하여 (5) 유연한 조직과 문화에서 근무하기 위하여 라는 등을 들고 있는데 자녀 교육의 어려움, 어지러운 정치 사회상등으로 조국에 대한 애착이 없어진 것도 주요 원인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기업들이 인사정책을 혁신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핵심인력을 채용, 선발기준, 보수등에서 차별화하고, 그들의 자기개발 의욕과 명예와 자긍심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소니가 일본 내 취업선호도 1위 기업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외국 일류 회사들의 인사관리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급 인력은 높은 보수만으로 유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와 정부가 그들의 성취를 인정해주고 명예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중요한 것 같다. 70년대에 KIST를 비롯한 정부 연구소를 만들고 과학자들을 물적, 정신적으로 우대하여 외국에 있는 인재들을 많이 유치한 경험이 있다. 정부가 고급인력의 확보와 유치를 위해 모범적인 정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근본 문제> 과학 기술의 발달이 교육에 달려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금  비단 과학 교육 뿐만 아니라  교육 일반이 위기상태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태의 긴박성에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입학시험 준비가 중등교육의 주 목적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시험준비에 쪼들리다가 대학에 들어가면 일시에 긴장이 풀려 하루에 한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이 전체의 51%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러고서야 어찌 과학 기술 발달에 필요한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교육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을 것 같다. 해결책이 무엇인지 교육 전문가들의 해답을 듣고 싶다.

< 투자를 촉진해야 > 위에서 말한 전략 산업을 개발하고  과학 기술 연구를 촉진하고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자면 장기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투자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70년대에 조선,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이들 산업이 지금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현실은 없었을 것이다. 21시기에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들에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최근의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1998년 이후 저조를 계속하다가 작년 4.4분기이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에는 장기 금융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구조조정 하에서 은행들은 단기 소비금융에 집중하고 우리경제의 앞날을 내다보는 투자 금융에는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에 있다. 금융기관이 신용평가와 위험관리 기법을 터득하면 수지타산의 압력으로 장기금융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느냐 하는 낙관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기다리다가는 차를 놓칠 우려가 있다. 이제는 정부가 실물 경제와 산업 정책을 심각히 생각할 때가 왔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산업은행의 정부소유를  유지하고 장기투자와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정책 금융기관으로 재편하라고 권하고 싶다. 민간 금융은 어디 까지나 시장원리에 따라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목적이지만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정부의 기능도 있어야 한다. 정책금융은 반듯이 이윤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 보다는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민간이 할 수 없는 사회간접 시설과 기술개발에 융자하는 것이다. 정부 소유에 따르는 알려진 폐단을 예방하기 위하여 업무의 국제기준을 준수하도록 감독하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 장치를 강구하면 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지금의 안일무사주의  금융형태가 장기화하면 우리의 산업구조는 후퇴하고 말 것이다.

결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보자  

이제 결론을 맺자. 두뇌산업의 핵심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교육 이민이 늘어 나고, 기업마저 외국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가 기업하기 힘들고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21세기에 번영을 누리자면 무엇보다도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세계 도처로부터 성장요인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 환경, 교통, 도시생활 분야에 공공 투자를 확대하고, 노사갈등을 해소하고, 산업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대신 경제 주체들이 공정하게 행동하도록 게임규칙을 확립해 주어야 한다. 반면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규제는 더욱 강화하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살기 좋은 사회란 풍요롭고 자유롭고 합리적이고 공평한 사회를 말함이다. 안정된 법질서와 공정한 사법제도가 있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과가 있고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날 우리는 [경제개발]을 지상 목표로 삼아 왔다. 그러나 21세기 두뇌산업 시대에 있어서는 [인간개발]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왜냐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면에서 우리의 자랑스런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널리 알려진 우리 민족성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자면 정치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민주 사회에 있어서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1인 1표와 자발적 협력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똑똑하지 못하면 국운을 열어 갈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앞날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다 같이 명심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