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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거래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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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12일 조선일보 (A7면) 時論


 

부동산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경제 운영상의 최대 난제의 하나로서 지난 30년 동안 정책당국자들을 부단히 괴롭혀 왔다.  지금도 아파트 투기가 문제되어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그것들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투기와 관계없는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주고 선의의 부동산거래를 저해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투기를 막는 획기적 방안

그러면 부동산 투기를 예방하는 근본 대책은 없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해법으로 부동산거래소(이하 거래소)를 설치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운영 원리의 골자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과 법원 지원이 있는 지역단위로 부동산거래소를 설치한다.  그러나 전자시대의 EDI(컴퓨터 연락망) 시스템을 활용하면 어디에서나 부동산 매매와 등기가 가능하고 서울 한 곳에 부동산거래소를 둘 수도 있다.

둘째, 부동산 거래의 장외(場外) 거래를 금지하고 부동산거래소에서 매매와 소유권 이전절차를 끝내도록 한다.

셋쨰, 아파트의 경우와 같이 원매자가 불특정 다수일 경우에는 부동산을 팔고자 하는 자는 판매 희망가격.판매조건 등을 명시하여 거래소에 상장한다.  거래소는 일시와 장소를 정하여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한다.  경락 가격이 결정되면 원매자는 거래소를 통하여 대금을 결제하고 같은 장소에 설치된 법원사무소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통보한다.

넷째, 거래소는 모든 매매기록(매매가격 포함)을 보존하며, 그 부본을 등기소 및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한다.

다섯째, 국세청은 매매가격과 기준시가를 비교하여 초과이윤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징수한다.  처음에는 기준시가 결정이 자의적(恣意的)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같은 물건이 제2차, 3차로 전매되면 국세청이 보존한 전회 매매가격과 금회 매매가격을 비교하여 거래차익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  단, 부동산을 분할 혹은 변형했을 때는 별도의 산출방법이 필요하다.

여섯째, 정부는 국세청이 징수한 초과이윤을 서민주택 기금으로 적립하여 서민층 임대주택 건설에 충당한다.

일곱째, 수많은 개인의 부동산 매매를 일일이 거래소에 상장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 있다.  개인 대 개인(법인 포함)이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에는 물론 수의계약이 인정된다.  다만 등록은 해야 한다.  등록사항은 위 경쟁입찰의 경우와 같다.  그리고 위장의 목적으로 매매가격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기재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는 그러한 혐의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선매권(先賣權)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정부는 언제나 입찰경쟁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덟째, 개인이 거래소에 등록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할지 모르나 지금도 부동산을 매매하면 한 번은 구청과 등기소에 가야 한다.  등기소 대신에 거래소에 가면 되고 지금과 같이 법무사가 절차를 대행하게 할 수도 있다.

아홉째, 지금은 전산시대이니 만큼, 법원.국세청.거래소.금융기관을 연결하는 EDI를 설치하면 위에서 말한 모든 절차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개인들은 안방에 앉아서 부동산 거래를 완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무역에서 종이없는(paperless)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개 경쟁입찰로 투명성 확보

이 제도를 도입하면 매매가격이 공개적으로 결정되고 매매차익은 전액 혹은 대부분 국고로 흡수되므로 부동산 투기의 유인이 없어진다.  거래소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위 운영원리 중 셋째~여섯째 항만 실현되더라도 부동산 투기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목적으로 거래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투기가 배제되면 부동산은 실수요를 반영하게 될 것이고, 지가(地價)가 안정될 것이다.  이 제도를 실시하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모든 규제가 필요 없게 되고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필요도 없다.  사회정의 구현에 일조가 된다.  이상은 단순한 발상에 불과하지만, 국가 백년대계의 견지에서 전문가들이 이 발상을 발전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