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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투자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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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5 일(화)   매일경제신문 1면과 3면에 '투자천국'을 만들자로 게재


 

<월드컵이 보여준 것 > 월드컵은 한국 사람이 경험한 사상 최대의 축제의 하나이다. 이제 우리 축구는 반세기의 와신상담 끝에 드디어 세계 정상급으로 떠 올랐다.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보고 필자 나름의 감회가 없지 않다. 주지 하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기본과제는 세계사의 3대조류, 즉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라는 변화 방향에 슬기롭게 적응해 가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를 위하여 각 분야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해 왔고 그 성과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그 변화의 모습을 월드컵에서도 보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감독으로 영입하였고 그의 탁월한 지도력에 의하여 우리 축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축구는 32개국 열강 중에서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히딩크 감독의 덕택으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도 살아졌고 심지어 히딩크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말 까지 나오고 있다. 이것이 세계화를 향한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첨단적 정보매체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인터네트를 통하여 [붉은 악마]의 자발적 연대가 이루어졌고 TV와 전광판을 통하여 거국적 응원 열기가 달아 올랐고, 경기운영에 동원된 우리나라의 IT 산업의 기술 수준에 세계는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분명히 이 나라의 정보화는 빠를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기가 차지만, 시민들의 민주 역량은 경탄할 만하다. [붉은 악마]는 정부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연대이다. [붉은 악마]와 500만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한국인들의 단결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했고, 이를 본 외국인들은 아마도 1997년 외환 위기 때 국민들이 금과 귀금속을 아낌없이 팔아서 국가 채무상환에 바쳤던 일을 상기했을 것이다. 민주사회는 다원적 사회이지만 공동 목표를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증명했다.

민주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도 또한 인상적이다. 응원에 열광적이었던 군중들이 경기가 끝나자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신체부자유자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질서있게 경기장을 떠나 가는 모습을 보고 외국 기자들은 감격어린 기사를 썼다. 반미 운동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뿌리에서부터 자라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과제로 눈을 돌리자 > 광주에서 우리의 태극 전사들이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하던 날, 강원도 용평에서는 한국무역협회 주최와 [매일경제]의 후원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천전략” 이라는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계, 언론계, 재계, 정계에서 참가한 30여명의 저명한 지성들이 열띤 토론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문제의식은 하나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John Naisbitts를 비롯한 미래 학자들은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1995년부터 아시아 지역 내의 무역 총액이 아시아와 서양 국가사이의 무역 총액을 능가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되고 동북아 및 아시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와의 관계를 보더라도 중국은 2001년부터 이미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제2의 무역 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2001년 미국에 대한 수출이 312억 달러인데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대한 수출은 275억 달러였다. 머지 않아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우리의 제1의 무역 대상국이 될지 모른다. 하기야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 고유의 실사구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고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의 임금 수준은 우리의 1/5도 안되고 토지가 국유인지라 토지의 이용이나 가격도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다. 따라서 사회간접시설의 확충과 경제 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가 중국의 제조업과 경쟁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고 마침내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살길은 무엇인가? 이것이 오늘의 문제의식이다.

<우리의 살 길>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일차적인 대응방안으로 광대한 중국시장의 틈새를 찾고, 공업제품을 고급화, 차별화하고 첨단기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살길이 있다. 그것은 한국을 동북아 물류 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무역과 물류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행이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하여 전세계 및 지역 내의 모든 공항 및 항만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3시간 비행거리에 인구 100만 이상 도시가 43개나 있고, 이미 인천공항은 동북아 최대의 공항으로 자리잡았으며 [대한한공]의 화물 적재량은 세계 제2위, 부산항의 컨테이너 적재량은 세계2-3위를 다투고 있다.

효율적인 물류 중심지를 만들어 놓으면 편리하고 유리한 곳을 찾는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 들어 비즈니스 중심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역, 창고, 통관, 통신, 금융, 위락, 관광 등 서비스업이 확산되고 모든 업무의 전산화에 따른 정보와 관리기술이 동원되고 고가품 항공운송 편의를 위해 첨단기술 제품의 생산 기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지난 4월 4일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발표하였고 6월 말까지 세부 계획안을 만들 예정이라 고 한다. 여기에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 평가할 겨를은 없으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대통령이 외국 기업인들에게 누차 약속한 “투자천국”을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것이다.

<투자천국이란> 먼저 투자천국이 과연 어떠한 것인가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암스테르담을 예로 든다면 여기에서는 외국인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업종이 거의 없다. 정부 차원의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도 없고 법적 지위도 같다. 모든 투자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으므로 외국인 투자를 허가하거나 감독하는 기관도 없다. 외환 거래는 완전 자유이고 우리나라의 외환관리법 같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농수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입은 완전 개방되어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은 [world wide tax]라 하여 자국에서 내던 세금과 같게 하거나 보다 유리한 조건을 부여한다. 이익 배당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외국 기업들에 대한 조세에 대한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과세 방법은 철저하게 투명하다. 노사관계는 매우 안정적이고 롯테르담은 과거 7년간 노동 쟁의로 인한 손실 일수는 2일에 불과하다. 나라 전체가 경제자유지역이므로 자유지역이 따로 없고, 불리한 천연조건에 불구하고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나라로 유명하다.

<우리의 현실> 이상과 같은 “투자천국”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비관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폭 넓은 구조조정이 이루어 졌고 그 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궁극의 목적이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의 현실은 그 목적과는 거리가 먼 생태에 있다.

참고로 스위스에 있는 저명한 조사 연구 기관인 IMD가 2001년에 각국의 경제-경영환경에 관한 국제적 평가 순위를 발표한 일이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순위로는 한국은 비교 12개국 중 9위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환경은 19위, 경제자유도에 있어서는 123개국 중 43위, 투자환경에 있어서는 31위, 국가위험도는 185개국 중 47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부끄러운 것은 사회청렴도에 있어서 한국은 19개국 중 18위로 평가되고 있다. 통 털어 국가 경쟁력은 47개국 중 28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한국은 외국의 직접투자가 적은 나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GDP의 85.8%를 차자하고 있고 중국은 27.6%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의 비율은 9.2%에 불과하다. 한국은 일찍부터 기업의 외국인 지배를 두려워하여, 직접투자 대신에 차관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 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21세기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기필코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우리의 특수사정이 있기 때문에 남의 [투자천국]을 무조건 따라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서는 위에서 본 우리의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변화에는 고정관념과 구습의 타파가 요구 되므로 저항과 마찰과 혼란이 따르게 마련이고 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앞날을 비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슬기로움을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이해(理解)와 단합된 결의와 실천을 이끌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히딩크와 같은 리더십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끝 (4422자 공백 포함 )